유가족 강력 반발, 범야권 전체 일제히 비판
인권위·유엔 권고도 무시…여론 악화될 수도
인권위·유엔 권고도 무시…여론 악화될 수도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0일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이태원 특별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거센 후폭풍에 직면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의 반발이 강력한 상황에서 야당은 재의결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태원 특별법이 159명이 희생된 대형 참사라는 점, 유엔과 국가인권위원회 권고까지 외면한 결정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를 둘러싼 파장은 만만찮을 전망이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윤 대통령이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야권 전체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금태섭 공동대표의 새로운 선택,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새로운미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개혁신당 등이 가세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을 제외하고 대부분 야당이 규탄 성명에 동참하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이중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의 이태원 특별법 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대한민국 주인은 국민인데, 윤석열 정부는 국민을 거부한다"며 "국회가 국민 의지를 반영해 통과시킨 법들은 압도적 국민 의지와는 달리 대통령 거부권에 저지됐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엄동설한에 오체투지하며 진상규명을 호소하는 이태원 유가족들의 간절한 바람은 끝내 외면당했다"며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지도 못한 국가가 이제 국민 주권마저 부정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기본소득당도 이번 거부권 행사에 대해 정부·여당이 국민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비판했다. 신지혜 대변인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정부·여당은 배상을 들먹이며 유가족을 또다시 고립시키고 국민 갈등을 조장하는 악랄한 행태를 멈추라"며 "기본소득당은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을 통한 온전한 추모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때까지 언제나 유가족과 생존자의 곁에서 함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미래는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는 보호하는 반면, 국민은 외면했다며 날을 세웠다. 김효은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부인은 보호하고 국민은 외면한 처사"라며 "국민의 생명을 지키길 거부하는 비정한 윤석열 대통령, 국민들은 윤 정부를 거부할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특히 국민의힘을 탈당한 이 전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도 윤 대통령과 여당을 향해 쓴소리를 날렸다. 김영호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진상 규명조차 가로막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윤 대통령의 심기 경호에만 몰두하는 여당의 재의결 거부야말로 이태원 참사를 정쟁화하는 행동들일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지금이라도 전향적 자세로 이태원참사특별법에 대해 재의결을 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윤 대통령이 그간 양곡관리법 개정안,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쌍특검법(대장동 50억원 클럽,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등 많은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이태원 특별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에서 정치적 후폭풍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태원 특별법의 경우 여야 간 이해관계가 아닌,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한 사회적 참사에 대한 진상조사 성격이 강한 만큼 거부권 행사 명분이 약하다는 평가가 많다. 또 유엔과 인권위의 진상 규명 권고를 무시했다는 점도 향후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권위는 거부권 행사 전날인 지난 29일 성명을 내고 유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 위원회(유엔 자유권위원회) 권고를 언급하면서 해당 법안을 공포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실제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지난해 11월 3일 '대한민국의 자유권규약 이행 제5차 국가보고서'에 관한 최종 견해를 발표한 바 있다. 최종 견해에는 참사 조사 및 진실 규명 위한 기구 설립 등이 담겼다. 윤 대통령이 이태원 특별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지난 30일 이태원 참사 유족들은 기자간담회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관료, 국민의힘 의원들은 무책임하고 어리석은 결정으로 역사에 남을 죄를 지었다"며 "유족이 바란 것은 오직 진상 규명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유족의 요구를 가장 모욕적인 방법으로 묵살했다"며 눈물을 흘렸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