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확대 적용을 재차 유예하는 법안에 대한 여야 합의가 끝내 불발됐다. 이에 따라 지난달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된 중처법은 계속해 효력을 이어나간다.

1일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 생명과 안전이 더 우선한다는 기본 가치에 충실하기로 했다"며 "정부·여당의 제안을 거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이 '산업안전보건지원청' 2년 후 설치를 전제로 중처법을 2년 유예하자는 절충안을 끝내 거부한 것이다. 윤영덕 원내대변인도 "현장의 일하는 사람들 생명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산안청 설립이 필요하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법안 시행 유예와 산안청 설립을 맞바꾸지는 않겠다는 것이 의원총회 결론"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결국 민생을 외면했다"고 질타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절충안 거부 발표 직후 "민생 현장 목소리에 마이동풍으로 대하겠다는 뜻"이라며 "800만 근로자와 83만 중소기업, 영세 자영업자의 눈물을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의 비정함과 몰인정함에 국민이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분노하고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중처법은 안전사고로 노동자가 사망하거나 상해를 입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지난 2021년 1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됐으나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인 중소 사업장에 대해서는 2년 간 시행을 유예했다. 유예 기간이 만료된 이후 정부·여당 측은 중소기업의 인력 부족 및 재정 상황 등을 이유로 유예 기간 연장 필요성을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에 '산업안전보건청' 설치를 법 개정 전제 조건으로 걸었다. 정부조직의 비대화를 우려한 여당이 반대하자, 야당은 더 작은 규모의 '지원청'을 설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여당이 이마저도 2년 이후 설치를 주장하자 최종적으로 협상이 불발한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의 반대도 민주당에게 큰 부담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양대노총은 국회 본청 앞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시도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어떻게 사업장 규모로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차별하냐"며 또다시 중처법의 50명 미만 사업장 적용을 유예한다면 민주당과의 정책연대를 파기하고 지지 철회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대의원제 개편 등을 놓고 노동계와 불화를 빚은 민주당이 중처법으로 재차 갈등이 심화되는 것을 우려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1월 마지막 정기국회였던 이번 본회의는 쟁점이 됐던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양곡관리법 △산업은행법 개정안 등의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이후 본회의는 2월 임시국회가 열린 이후인 29일 개최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양당이 중처법 재협상 및 쟁점 법안에 대한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또 김건희 특검법'과 '대장동 특검법' 등 이른바 쌍특검법에 대한 재표결 여부 역시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