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여명 불과한 선천성 대사질환자 위해 '햇반 저단백밥' 개발
[매일일보=류세나 기자] CJ제일제당이 단 200여명만을 위한 '특수 햇반'을 내놓는다. 특히 이익추구를 목표로 하는 사기업이 시장성을 고려하지 않은 제품을 출시했는 점에서 CJ의 '희생과 봉사정신'이 화제가 되고 있다.
CJ제일제당(대표이사 김진수)은 오는 26일부터 단백질 제한이 필요한 선천성대사질환자를 위한 '햇반 저단백밥'을 출시한다고 22일 밝혔다. '햇반 저단백밥'은 '페닐케톤뇨증(PKU)' 등 단백질 제한이 필요한 선천성 대사질환자 200여명을 위해 만들어진 특수 제품으로, 일반 햇반 보다 단백질 함유량이 1/10에 불과하다. 체내에 단백질의 대사과정에 필요한 효소들의 일부가 결핍되어 단백질이 함유된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없는 희귀질환자를 위한 기능성 음식인 것. 선천성 대사질환이란 음식물의 섭취를 통해 필요한 영양분을 소화, 흡수하는 물질대사 과정에 필요한 효소들 중 일부가 결핍된 상태로 태어나서, 영양분의 대사과정이 불완전하여 영양분 등의 소화 흡수 후 생긴 최종 대사물질이 뇌나 신체 등에 심각한 손상을 주는 질환을 말한다. CJ제일제당측이 이 제품을 출시하게 된 계기는 사내 직원 중 한 명이 선천성 대사질환 중 하나인 페닐케톤뇨증을 앓고 있는 자녀를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 하나로마트 서울영업팀 팀장인 윤창민부장(40)이 바로 그 주인공. 윤 부장의 첫째 딸 하영(5)이는 선천성 대사질환 의무검사를 통해 생후 3일만에 병을 확진 받았다. 어릴 때는 PKU 환아를 위해 특별 제조된 분유를 먹었으나, 밥을 먹을 나이가 되면서 고민이 시작됐다. 국내에는 PKU 환자를 위해 특별 제조된 저단백 즉석밥이 없어 일본 제품을 사다 먹었지만, 한 개에 4000원 정도로 값이 매우 비싼데다 무엇보다 밥이 떡처럼 뭉개지고 딱딱해 아이가 외면했기 때문이다. 또 이 질환을 앓고 있는 환우들은 단백질 식이요법을 하지 않으면 페닐알라닌 대사산물이 혈액과 뇌에 축적돼 지능지수가 저하된다. 생후 1년까지 치료를 시작하지 않으면 지능지수는 50이하로 떨어진다. 이들에게 저단백 식이요법은 치료 방법인 동시에 질환의 진행을 막는 최선의 예방책인 것.이런 까닭에 윤 부장은 지난 2월 CJ제일제당 김진수 대표와의 면담 자리에서 PKU 질병에 대해 설명하고, 즉석밥 최고의 기술을 갖고 있는 CJ가 이들 환아를 위한 저단백밥을 만들어 줄 수 없느냐고 요청했다.이에 김진수 대표는 그 자리에에서 제품 개발을 약속했고, 다음 날 제품 연구와 개발을 담당하는 식품연구소에 저단백 즉석밥 개발을 지시했다는 후문이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