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전방위 요금 인하 압박…K-ICT '곡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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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앞두고 전방위 요금 인하 압박…K-ICT '곡소리'
  • 이태민 기자
  • 승인 2024.02.21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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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OTT·통신서비스 결합요금제 논의에 '시끌'…"사실상 요금 인하 주문"
OTT업계, 만성 적자에 요금 인하 여력 부족…통신업계도 전방위 압박에 부담
국내 기업 역차별 우려 제기…일각선 "총선 노린 표심잡기" 지적도 나와
통신 3사 로고가 걸린 서울의 한 휴대전화 대리점.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태민 기자  |  정부의 전방위적인 요금 인하 압박에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가 신음하고 있다. 가계통신비에 이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이용료 부담 완화 기조를 내세우면서 관련 상품을 출시하거나 구상 중인 가운데 관련 사업자들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스트림플레이션(스트리밍+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를 불러 OTT 결합요금제 출시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날 티빙, 웨이브, 왓챠,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OTT 업체 5곳과도 요금제 다양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인위적으로 가격을 내리기보단 다양한 요금제를 통해 소비자의 선택지를 늘리겠다는 취지지만 정황상 현행보다 저렴한 요금제 출시를 주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최근 몇 달 동안 OTT 구독 비용이 연이어 오르며 소비자 부담이 가중되자 이를 완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이를 위해 국내외 OTT 사업자를 대상으로 현황 파악을 위한 자체조사를 실시했다. 국민 1인당 OTT 서비스 평균 가입 수가 2.3개임을 감안하면 결합요금제 등을 통해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실제 유튜브는 올해부터 프리미엄 구독료를 약 43% 가량 올렸고, 넷플릭스는 1만원대 미만을 지불하던 베이직 요금제를 폐지하면서 멤버십 요금도 일제히 인상했다. 토종 OTT인 티빙 역시 지난해 구독료 전면 개편을 통해 요금을 20% 가량 인상한 상태며, 최근에는 광고요금제를 도입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들이 사실상 국내 기업들에게만 적용되면서 관련 업계의 수익성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빅테크가 정부 제안에 따를 가능성은 극히 적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결론적으로 이미 만성 적자를 겪고 있는 OTT 업계는 물론 저가 통신요금제 출시와 공시지원금 상향 조정 등 정부 정책에 발을 맞추고 있는 통신업계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티빙, 웨이브, 왓챠 등 토종 OTT의 경우 수년째 적자가 이어지면서 요금을 인하할 여력이 부족하다. 이미 콘텐츠 제작비 증가, 온라인 불법 스트리밍 시장 활성화 등으로 업계 수익성은 전반적으로 악화한 상황이다. 지난 2022년 기준 △티빙 1192억원 △웨이브 1217억원 △왓챠 555억원 등 적자를 냈다. 만성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 요금 인하까지 추진될 경우 수익성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통신업계도 사정은 녹록치 않다. 이동통신시장이 포화 상태에 접어들며 성장 정체를 맞이, 수익성 핵심 지표로 꼽히는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지속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압박도 다방면으로 들어오고 있다. 지난해 5세대(5G)와 4세대(LTE) 이동통신 요금제 교차 가입을 시행하고, 5G 특화요금제도 일제히 내놨다. 올해 역시 KT를 시작으로 3만원대 중저가 5G 요금제 출시가 예정돼 있다. 이달 초에는 정부의 단말기 가격 인하 주문에 따라 삼성전자의 최신작 ‘갤럭시 S24 시리즈’의 공시지원금도 최대 2배까지 높였다. 이를 두고 통신업계 안팎에서는 이례적이란 반응이 나왔다. 업계는 아직 협의 단계인 만큼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반적인 시장 상황 및 수요 등을 면밀히 살펴야 하는 데다 사업자 간 의견 조율에도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어서다. 다만 정부의 행보가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로 이어질 수 있는 기류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는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는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둔 ‘표심잡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ICT업계 한 관계자는 “스트림플레이션을 먼저 야기한 건 글로벌 빅테크인데, 그 책임을 국내 통신사나 OTT업체들에게 떠넘기는 모양새”라며 “요금 인하가 이뤄지면 진입 장벽이 낮아지니 가입자 매출 증대 효과는 있겠지만 사업자 입장에선 수익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고, 정부 시장 개입이 지금보다 더 과도해진다면 반발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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