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대한민국의 지난해 4분기 합산출산율은 0.6명대이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전체 인구의 18.4%를 차지한다. 특히나 전국 시군구의 52%가 소멸위험 지역에 포함된 사실은 충격적이다. 이제 ‘지방소멸’은 먼 미래가 아닌 가까운 현실이 되었다.
지자체는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다양한 지원제도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지원금 위주 지원정책은 지원금액에 따라 인구를 이동시키는 ‘발로 하는 투표(vote by foot)' 현상을 야기할 뿐 근본적인 지역인구증가를 유도할 수 없다.
자연적 인구 증가가 아닌 주변 도시로부터의 사회적 인구 이동이라는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을 만들 뿐이다. 지방 도시 소멸이라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단순히 주민등록인구나 외국인등록인구에 집중하기보다는, 지역 내에 실제로 거주하고 활동하는 '생활인구'에 주목해야 한다.
생활인구는 주민등록인구와 외국인등록인구에 더불어, 일주일에 4일 이상 해당 지역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LX공간정보연구원에서 지난해 발표한 "공간정보 기반 생활인구 권역분석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실제 생활인구는 주민등록인구와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수도권과 대도시권의 경우 주민등록 인구 대비 생활인구 비율이 낮은 반면, 지방 도시의 경우 생활인구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는 지방 도시의 경우 통근 및 통학 등으로 인해 실제로 거주하는 인구가 주민등록 인구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지방 도시의 소멸을 방지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생활인구를 중심으로 한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생활인구 기반의 정책 수립과 예산 배분이다. 정책을 수립하는 지자체는 지역의 실제 인구 규모와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생활인구 데이터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또한, 주민등록 인구 기반의 정책 수립 및 예산 배분 방식에서 벗어나 생활인구 기반의 정책과 예산 배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정확한 생활인구의 파악으로 지역 내 실제 거주자들의 요구에 맞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둘째, 생활인구 유입 및 정착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필요하다. 젊은 인재, 전문 인력, 외국인 등 생활인구 유입을 위한 맞춤형 정책을 개발하고, 유입 인구의 정착을 위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특히, 젊은 인재 유입을 위해 일자리 창출, 주거 환경 개선, 교육 및 문화 시설 확충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생활인구 데이터 활용을 통한 효율적인 공공서비스 도입이 필요하다. 생활인구 데이터를 활용해 지역 내 인구의 이동 패턴, 서비스 이용 현황 등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맞춤형 공공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는 공공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이고, 지역 주민들의 만족도를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일본은 2040년까지 인구소멸 가능성이 높은 896개 지역을 ‘마스다 리스트’로 발표하고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국가적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지방 도시의 소멸은 단순히 지역이 직면한 문제가 아니다. 지방이 소멸되면 경제의 선순환이 붕괴되고 수도권 집중이 가속화되어 더 심각한 사회문제가 야기된다. 지방도시의 생존은 지자체의 정책변화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생활인구 개념의 도입이다. 생활인구 기반의 정책이 지방 도시의 활력을 되찾고 지속가능한 발전 방안을 마련하는 열쇠다.
LX공간정보연구원 이영재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