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로봇 산업 성장세 속 협동로봇·AMR 시장 지속 확대…산업 중요도 상승
제조·서비스 로봇, 자율주행 로봇 큰 성장 전망…일상생활 스며들며 신시장 창출
삼성·LG, 미래 먹거리 육성…가사도우미 로봇 속속 출시, 산업 생태계 본격 확산
K-방산, '무기+로봇' 결합 시도…새 방어체계 구축하고 항공기 제작과정에도 참여
매일일보 = 이태민 기자 | 국내 산업계가 로봇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로봇의 활용 범위가 일상 영역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주요 기업들은 로봇 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4일 산업계에 따르면 공장·물류센터·유통·서비스·의료 등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로봇 사용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제조·물류 현장의 협동로봇과 자율주행로봇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한국의 로봇 밀도는 2021년 기준 근로자 1만명당 1000대로 세계 1위다. 세계 평균이 141대에 그치고 2위인 싱가포르가 670대인 것을 감안하면 큰 격차다. 이는 로봇에 대한 필요성 및 실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경기침체와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도 로봇 시장에 대한 꾸준한 성장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로봇 사업 역량 확장과 기술 선점에 주력하고 있으며, 관련 투자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자사의 ‘2025 전략’에서 5대 핵심 사업 중 하나로 로봇을 선정하고 2025년까지 로보틱스 분야에 1조5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 1월 열린 ‘CES 2024’에서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물류 상하차 로봇 ‘스트레치(Stretch)’가 바닥에 놓인 상자를 운반하는 등 자율주행 로봇의 기술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자체적 로봇 기술 개발과 인수합병(M&A)을 추진해 로봇사업의 경쟁력 제고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5년 협동로봇 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로보틱스를 설립한 두산은 현재 13개 모델을 보유, 국내 협동로봇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향후 제조업 생산현장 뿐 아니라 물류, 서비스, 의료용 등 협동로봇 적용 가능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발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전략 아래 지난해 10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공모자금을 2026년까지 △AMR, 비전인식, AI 등 기타 주변기술 기업 인수 및 투자 △수원공장 증설, 제2공장 신설 등 생산시설 투자 △로봇 팔(Arm), 신규 솔루션 등 연구개발 △해외사업 강화 등에 사용할 방침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한 로봇시장 공략을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배송, 물류뿐 아니라 헬스케어와 가정용 로봇도 선보이면서 시장 확장 속도를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CES에서 독자 개발 운영체제(OS) ‘타이젠’이 탑재된 AI 로봇 집사 ‘볼리’를 공개했다. 노란 공 모양의 볼리는 사용자의 패턴을 학습하고 다양한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컨트롤 한다. 예를 들면 주인을 대신해 전화를 걸어주고, 일정을 알려준다. 또한 아이와 반려동물 등을 살피는 역할도 수행한다.
이와 함께 지난달 ‘로봇 전문가’인 조혜경 한성대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로 내정하면서 관련 사업에 힘을 실었다. 지난달 진행한 경력직 채용에서도 AI, 로봇 관련 전문가를 인재 모집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자보다 일찍 로봇 사업에 발을 들인 LG전자는 상업용 로봇과 산업용 로봇을 다양하게 출시하고 있다. 특히 ‘클로이 로봇’으로 대표되는 안내로봇, 배송로봇을 내세워 호텔, 병원, 식음료 등 다양한 공간에 최적화된 맞춤형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LG전자의 제조 공장을 비롯해 국내외 다양한 산업현장에도 산업용 로봇을 투입시키고 있다. 특히 올해는 웨스틴 조선호텔 서울을 시작으로 클로이 캐리봇 공급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클로이 캐리봇은 본체 뒤에 대량의 물건을 적재해 목적지로 운반하는 데 특화된 물류 로봇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주로 스마트 물류 거점 등에서 활용되는 클로이 캐리봇을 호텔에 최적화된 형태로 개발·공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일찍부터 쌓아 온 차별화된 로봇 솔루션 역량을 토대로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방산 기업들도 로봇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한화시스템과 손잡고 사우디 국가방위부와 방산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한화는 장갑차 등 지상무기체계부터 로봇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국가방위부의 중장기 계획에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LIG넥스원도 미국 로봇 기업 ‘고스트로보틱스’ 인수를 통해 사업 확장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오는 6월말 지분 60% 취득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고스트로보틱스의 사족 보행로봇이 로봇 플랫폼으로서 민수분야에서도 활용도가 높은 만큼 사업 확장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지난달 로봇‧무인 분야 전시회 ‘UMEX 2024’에 참가해 현지 환경에 최적화된 로봇‧무인 시스템을 선보였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첨단 무기체계 개발사업에서 쌓아온 기술력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로봇과 유무인복합체계 등 미래 기술 분야에서 선두를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