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중국의 위기 대응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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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중국의 위기 대응 정책』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4.03.05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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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말 코로나19 창궐 이후,
단 2개월 만에 확진자 ‘제로’를 만든 중국 정치의 특징

매일일보 = 김종혁 기자  |  

  중국이 코로나19와 전 국가적 싸움을 벌인 과정은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코로나19 발생지라는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는 드라마틱한 대응이 일반적인 예상을 넘어서며 충격을 줬기 때문이다.

  국내 최고의 중국 전문가인 조영남 교수(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는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중국의 정책 결정과 3년간의 집행 추이를 분석하고 통찰력을 덧붙여 의미 있는 학문적 성과로 남겼는데, 그 결과가 바로 『중국의 위기 대응 정책』(21세기북스 펴냄)이다.

  이 책은 중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정책 결정 과정’ 관점에서 분석하며 다음 세 가지 질문에 답한다. 첫째, 초기 대응에 실패한 원인은 무엇인가? 둘째, 단 2개월 만에 어떻게 확진자 ‘제로’ 상태를 만들었는가? 셋째, 왜 갑자기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했는가?

  조영남 교수는 이 책에서 중국 특유의 정책인 ‘운동식 정책 방식(운동 방식)’에 주목한다. 국가 주도의 강력한 통제 아래 중앙과 지방, 민간 자원을 총동원하는 이 정책은, 국가적 위기마다 실패와 성공이 동시에 일어난 현상을 분석하는 데 적절하다. 또한 한국, 미국, 일본 등 다른 국가의 대응 방식도 비교 검토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유의미하다. 이 같은 분석은 앞으로 또 다른 위기가 닥칠 때 중국이 어떻게 그 파고를 넘어설지를 예측하는 데 강력한 시사점을 준다. 아울러 중국 정치를 체계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할 것이다.

중국은 왜 위기에 강한가?
코로나19 대응으로 살펴본 중국 정치체제의 특징


  2019년 12월 중국 우한시에서 창궐한 ‘코로나19’는 강력한 전염성으로 사회적 대유행으로 번졌다. 발생지인 중국을 두고 당시 전문가들은 국가 붕괴라는 결말을 예상하기도 했지만, 중국 역시 코로나19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국가 중 하나다. 그렇다면 중국은 어떻게 이 국가적 위기를 이겨낼 수 있었을까?

  중국이 긴급 상황에 잘 대처한 요인에 대해 일부 학자는 중국의 ‘권위주의 이점’과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이 코로나19 초기 대응에는 실패했다는 사실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중국을 이해하는 우리 학계나 세간의 관점이 그렇듯, 중국의 코로나19 대응 과정에 대한 접근도 표피적이다.

  사건의 전개 과정을 나열하고 잘못을 지적하는 사후 비평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와 달리 중국의 통치 체계와 운영 시스템을 중심으로 중국의 ‘실체(實體)’ 또는 ‘실제 모습(像)’에 접근해온 조영남 교수(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는 중국의 코로나19 대응 과정에 대해서도 시스템적 시각을 취했다.

  『중국의 위기 대응 정책』에서는 ‘정책 결정 과정’ 관점으로 중국의 코로나19 대응을 낱낱이 분석한다. 분석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중국이 국가적 위기를 대응하는 방식을 이해할 수 있다.

  정책을 빠르게 결정하고 집행할 수 있는 ‘운동식 정책 방식(운동 방식)’, 그리고 사스(SARS) 등 여러 차례의 위기를 겪으면서 대응 능력과 체계를 점차 형성해온 덕분에 감염병을 안정적으로 통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를 통해 중국이 어떻게 국가적 위기에 대응하는지, 더 나아가 중국이 왜 위기에 강한지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중국은 어떻게 단 2개월 만에 코로나19 통제에 성공했는가?
3년간의 ‘정책 결정 과정’ 전격 분석


  이 책에서는 중국의 코로나19 분투기를 ‘정책 결정 과정’의 관점으로 분석하면서 다음 세 가지 질문에 답한다. 첫째, 왜 초기 대응에 실패했는가? 둘째, 어떻게 신속한 통제에 성공했는가? 셋째, 왜 갑자기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했는가? 여기서 ‘정책 결정 과정’이란 국가가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과정을 말하며, 중국이 국가적 위기에 대응할 때 실패와 성공이 동시에 일어난 현상을 분석하는 데 적절하다. 이 관점은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 미국, 일본 등 다른 국가의 대응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유의미하다.


  1) 왜 초기 대응에 실패했는가?
사스의 경험으로 감염병 대응 역량과 시스템을 구축한 중국이 코로나19 초기 대응에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중국 관료주의 체계와 관련이 깊다. 먼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무사안일이 작용했다. 병원, 공중 보건위생 기구(보건소), 지역 질병센터, 정부 위건위가 법률의 규정대로 움직이지 않았으며 국무원 국가위건위가 파견한 조사팀의 역학조사도 잘못됐다. 우한시와 후베이성 정부도 주체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중앙의 지시만을 기다리며 시간을 허비했다. 더욱이 언론 자유와 시민사회의 부재는 정부의 잘못된 대응을 바로잡을 최후의 보루마저 앗아갔다.

  2) 어떻게 신속한 통제에 성공했는가?
그렇다면 어떻게 실패의 아픔을 딛고 신속하게 통제할 수 있었는가? 여기에는 고도로 중앙집중화된 위계적 정치체제, 즉 공산당 일당제의 장점이 발휘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20년 2월 “코로나와의 인민 전쟁” 시작을 선포하면서 중국의 대응은 성과를 거두고 있고 우리에게는 강한 동원 능력이 있음을 강조했다. 이에 권위주의 문화가 방역 과정에서 일정 정도 역량을 발휘했다는 관점도 있지만, 저자는 공산당 일당 체제로 운영되는 중국 정치의 특징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가의 강력한 주도 아래 중앙과 지방, 민간 자원을 총동원하여 인민 전체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정책을 신속하게 집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산당 중앙과 국무원은 즉시 중앙 지휘기구를 구성했고 지역에서는 ‘격자식’ 사구 관리 체계를 통한 방역과 생활 관리가 이루어졌다. 그 결과 2020년 3월, 단 2개월 만에 ‘확진자 없음(zero)’ 상태로 통제에 성공했다.

  3) 왜 갑자기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했는가?
2022년 12월 말, 중국은 돌연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한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이 멈추지 않던 심각한 상황에서 “우리는 코로나와의 인민 전쟁에서 승리했다”며 갑자기 종식 선언을 한 것이다. 그 이유는 3년간의 방역 정책이 심각한 문제를 낳았기 때문이다.

  천문학적 방역 비용, 이로 인한 지방정부 재정 적자와 부채 증가, 실업률 증가, 경제성장률 하락 가속화 등으로 더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집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또 다른 계기로 이른바 ‘백지 시위’라는 대중적 저항을 꼽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지방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사실상’ 폐기하는 방향으로 몰고 갔고, 이에 따라 중앙정부가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할 동력을 상실했다고 볼 수 있다.

  위기에 특화된 과감한 정책인가 vs. 막대한 희생이 따르는 무모한 정책인가
‘운동식 정책 방식’의 성과와 전망


  중국 정치의 대표적인 특징인 ‘운동식 정책 방식(운동 방식)’이란 중앙이 결정한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가 관료조직뿐만 아니라 사회단체와 일반 대중을 총동원해 정책을 집행하는 방식을 말한다. 일상 시기에는 ‘관료적 정책 방식’(관료 방식)으로 운영하다가, 국가적 위기에 직면하면 운동 방식을 사용해 과감하고 신속하게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한다.

  덕분에 중국은 신속하게 위기 상황을 통제할 수 있었고 종국에는 신규 확진자 발생을 막을 수 있었다. 다만 정확한 상황 판단이 어려운 경우 정책을 재빨리 변경할 수 없고, 사회와 개인에게 막대한 비용과 희생이 따른다는 점 등 명백한 한계는 있다. 이런 면에서 중국은 ‘코로나와의 인민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할 수 있고, 혹은 그렇지 않다고도 할 수 있다.

  일부의 예측과는 달리 저자는 앞으로 중국이 국내외적 위기에 봉착하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정치 위기, 즉 공산당 일당 체제의 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한다. 즉, 중국은 앞으로 다가올 위기에 쉽사리 굴복하거나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사스(SARS), 그리고 3년간의 ‘코로나와의 인민 전쟁’까지도 위기에 대응하는 통치 능력과 체계, 즉 운동 방식과 운용 능력을 여실히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저자 조영남은 2002년부터 현재까지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정치학과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 베이징대학(北京大學) 현대중국연구센터 객원연구원(1997~1998년), 난카이대학(南開大學) 정치학과 방문학자(2001~2002년), 미국 하버드-옌칭연구소(Harvard-Yenching Institute) 방문학자(2006~2007년)를 역임했다. 연구 성과로는 『중국의 통치 체제 1, 2』(2022년), 『중국의 엘리트 정치』(2019년), 『덩샤오핑 시대의 중국』(2016년) 3부작(『개혁과 개방』, 『파벌과 투쟁』, 『톈안먼 사건』), Local Peopleʼs Congresses in China(2009년) 등 열여덟 권의 단독 학술서와 많은 학술 논문이 있다. 서울대학교 연구공로상(2007년), 니어(NEAR)재단 학술상(2008년), 한국정치학회 학술상(저술부문)(2020년)을 수상했다.

 



좌우명 : 아무리 얇게 저며도 양면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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