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강소슬 기자 | 정부가 의대 증원에 반대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과 사법절차가 임박하자 전공의의 빈자리를 메워온 의과대학 교수들 사이에서도 단체행동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강원대 의대 교수들은 5일 모교의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신청에 반발해 삭발을 감행했다. 사직 의사를 밝힌 의사마저 잇따르고 있다. 강원대는 전날 교육부에 49명인 정원을 140명으로 늘리는 신청서를 냈다.
삭발식에서 교수들은 “지난주 진행한 교수 회의에서 77%가 의대 증원 신청을 거부한다는 의견을 표명했지만,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고 항의했다.
강원대는 기존 의대 정원 49명의 3배에 육박하는 140명으로 증원해달라고 교육부에 요청한 바 있다.
일부에서는 의대 강의와 함께 병원 진료를 겸하는 의대 교수들이 진료를 거부하는 방안마저 논의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과 울산대병원, 강릉아산병원 등 3개 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대 의대 교수들은 정부의 전공의 처벌에 반기를 들었다.
‘빅5’병원 전임의들마저 대거 병원을 떠나면서 의료 대란은 설상가상으로 악화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교수 일부는 전날 열린 긴급 교수간담회에서 전공의 보호에 나서지 않는 김영태 서울대병원장과 김정은 서울의대 학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일부 교수들은 이들이 사퇴하지 않으면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아산병원 교수들도 ‘사직’과 ‘겸직 해제’ 등 어떻게 집단행동을 벌일지를 투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사직 의사를 밝히거나 실제 사직서를 제출한 교수들도 잇따랐다. 충북대병원 심장내과의 한 교수는 이날 정부의 전공의 처벌 강행과 의대 증원에 반발해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배대환 충북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5일 페이스북에 “전공의, 전임의 선생님들의 면허를 정지한다고 하는 보건복지부의 발표와 현재 정원의 5.1배를 적어낸 모교 총장의 의견을 듣자니 같이 일하던 동료들이 다시 들어올 길이 요원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그들과 같이 일할 수 없다면 제가 중증 고난도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병원에 더 남아 있을 이유는 없어 사직하고자 한다”며 “근거도 없는 무분별한 2000명 증원은 의료시스템의 붕괴를 가속화 할 것이다. 필수의료 강화라고 하는 지원은 결국 밑 빠진 항아리에 물 좀 더 넣어주는 의미 없는 단기 정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전공의들이 떠난 빈자리는 교수들과 전임의들이 메우고 있는데, 교수들이 겸직을 거부하면 그 공백은 커질 수밖에 없다.
병원들은 수술을 축소하고 진료를 연기하던 데에서 더 나아가 병동을 통폐합하고, 병상 수를 대거 축소하는 상황이다.
수술 축소에 따른 입원환자 감소 여파로 암 단기병동 등 일부 병동을 축소 운영하는 서울대병원은 병동 통폐합 등을 검토하면서 남은 인력으로 환자를 효율적으로 볼 수 있는 대책을 마련 중이다.
전체 전공의 중 94%가 이탈한 제주대병원은 이번 주 중으로 간호·간병 서비스 통합병동을 2개에서 1개로 통폐합하기로 했다. 경북대병원 응급실은 매주 수, 목요일 외과 진료가 아예 불가능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