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권 아파트 전셋값 10주 연속 내림세… 경상권 침체 심각
전세와 매매 수요 다 사라져… "금리 인하가 유일한 해결책"
매일일보 = 권영현 기자 |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아파트 전세값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지만 대구‧경북을 비롯한 지방에선 반대현상이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셋째주 지방권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0.02% 하락해 1월 셋째주부터 10주 연속 내림세다. 수도권이 전주 대비 상승폭(0.06%→0.07%)을 키우며 39주 연속 상승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미분양이 많고 올 상반기 내 대규모 입주물량이 예정된 대구의 경우 전주와 비교해 0.12% 하락하면서 지난 2023년 10월 셋째주 이후로 23주 연속 하락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의하면 대구 수성구 힐스테이트 범어 전용면적 84㎡ 전세는 올해 1월 7억4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난달 6억4000만~6억7500만원 사이에 거래되며 한달만에 최대 1억원 가까이 하락했다.
대구 뿐 아니라 경북과 경남도 각각 20주, 14주 연속 전셋값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부산 역시 지난해 10월 이후로 22주째 전세가격지수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구와 부산, 경상권은 아파트 입주율도 전국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의 입주율 자료를 보면 지난 2월 전국 아파트 입주율은 72.0%, 수도권은 83.1%에 달하는 반면 대구‧부산‧경상권 입주율은 65.8%로 수도권 대비 14.3%가 낮다. 전국 권역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대구 수성구 공인중개사 A대표는 “교육인프라가 잘 갖춰져 호황기엔 대구의 강남이다, 대치동이다면서 전세수요가 많이 몰렸는데 지금은 아예 없다”며 “전세는 물론 매매까지 모든 수요가 다 사라진 상황이라 특정시기 전세가격 등락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세종도 신규 입주물량과 매물 적체 영향으로 전셋값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는 지역이다. 이번 조사에서 세종은 0.23%가 하락하면서 직전 주 대비 하락폭을 키웠고 올해 1월 넷째주부터 9주 연속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실제로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단지도 늘어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1월 전국 아파트 미분양 물량은 6만3755가구인데 이 중 5만3585가구(84.0%)가 지방에 있다. 부동산 시장 상황이 심각한 대구‧부산‧경상권의 미분양 물량은 2만6522가구에 달한다. 최근 대전과 광주, 부산 등 광역시권에서도 미분양 증가속도가 빠르다. 광주가 전월 대비 44.3% 증가해 전국에서 가장 증가율이 컸고, 대전 24.4%, 부산 12.5% 등이 뒤를 이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대구나 경북 같은 지역은 내부 수요보다 공급이 지나치게 많아 이를 받쳐주지 못하면서 전셋값과 매맷값 동반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결국 외부투자 수요가 활성화 돼야 한다”며 “결국은 수익을 담보해줄 수 있는 금리인하가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