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사직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이 이번주부터 시작되는 가운데, 의대교수마저 사직하기로 결정하면서 환자단체와 보건의료 종사자들이 우려를 표명했다.
25일 의대 교수 단체가 사직서 제출 및 진료 축소를 강행하겠단 입장을 재확인하자, 한국환자단체연합회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환자들을 외면하지 말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환자연합회는 입장문을 통해 환자의 불안과 피해를 가중하는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 장기화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또 의료진의 빠른 복귀는 물론이고 양측이 각자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서가 아닌, 환자중심의 의료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나설 것을 촉구했다.
연합회는 의료계가 겪고 있는 고충을 이해한다며 위로했다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강행 방침과 사직 전공의에 대한 3개월 면허정지에 대해 의과대학 교원이자 스승과 제자라는 관계를 생각하면 우려하는 지점이 무엇인지 충분히 이해한다”고 전했다. 또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수련병원에서 1개월 이상 버텨온 교수들이 과도한 업무로 인해 탈진 수준에 다다랐으리라는 점도 쉽게 짐작된다고 부연했다.
다만 ‘이해한다’고만 말할 수 없는 것이 환자들의 현실이라며, 의대교수의 현장 복귀를 촉구했다. 응급 수술이나 처치가 필요한 환자, 그리고 적시에 최선의 수술이나 항암치료·방사선치료·장기이식·조혈모세포이식 등의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에겐 생명과 건강에 치명적인 피해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는 우려에서다.
환자단체연합회가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20일까지 9개 소속 환자단체 회원들을 대상으로 환자 불편·피해 사례 모니터링을 진행한 결과, 31명의 환자가 진료 연기, 취소 등으로 인한 불편이나 불안, 피해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암환자들은 조혈모세포 이식술과 항암치료 일정이 연기됐고, 백혈병·혈액암 환자의 골수검사와 심장질환 환자의 수술이 연기됐다.
공고 항암치료가 2주 정도 연기된 사이 암세포가 재발한 백혈병 환자는 다시 암세포를 없애는 관해유도 항암치료를 두 달 받아야 했던 사례도 밝혔다. 관을 삽입해 치료받아야 하는 와상 폐렴환자가 해당 처치를 담당하는 전공의의 부재로 인해 일반 병원에 입원해 약물로 치료하고 있다는 소식도 접수됐다.
연합회는 “전공의가 사라진 병원에서 그나마 교수와 전임의(전문의), 간호사 등 남은 의료진이 버텨줘 환자들도 이만큼이나마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교수마저 병원을 떠난다면, 환자들의 생명과 안전은 더는 보장받기 어려워질 것이며, 그로 인한 환자들의 피해는 걷잡을 수 없어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과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행정처분이 가시화된다면, 최악의 의료대란 상태로 치닫게 될 것”이라 경고했다. 정부와 정당에겐 최악의 의료대란 사태와 환자들의 고통은 아랑곳없이 총선 득표만 저울질한다고 비판했다.
또 전공의들의 진료 거부로 수술환자, 암환자, 중증질환자, 응급환자들이 벌써 한 달 이상 제때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다며 의료계에 대한 비판도 이었다.
노조는 “우리 보건의료노조는 조속한 진료 정상화를 위해 다음과 같이 촉구하며, 만약 조속한 진료 정상화가 이룩되지 않을 경우, 의사와 정부를 상대로 조속한 진료 정상화를 촉구하는 실천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