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말 693조6834억원… 전월比 2조1088억원↓
고금리 기조, 부동산 부진, 스트레스 DSR 등 영향
매일일보 = 최재원 기자 | 고금리 및 부동산 거래 부진 등이 이어지면서 약 1년 만에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전월보다 줄었다. 이런 흐름으로 볼 때 올해 1분기 중 우리나라 경제 규모 대비 가계신용(빚) 비율이 3년 반 만에 100% 밑으로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693조6834억원(지난달 28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전월(695조7922억원)보다 2조1088억원 적은 것이다.
월말까지 남은 기간을 고려할 때 작년 4월(-3조2971억원) 이후 11개월 만에 첫 감소(전월 대비) 기록이 확실시된다.
대출 종류별로는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잔액 536조307억원)이 역시 열한 달 만에 처음 1조657억원 뒷걸음쳤고, 신용대출(103조497억원)은 6354억원 더 줄어 2023년 10월(+6015억원) 이후 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이 같은 가계대출 역성장은 2년 반 가까이 통화 긴축정책과 함께 높은 금리가 유지된 데다, 부동산 거래가 부진한 결과로 분석된다.
앞서 지난 14일 한국은행이 국회에 보고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는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세가 당분간 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 근거로 고금리, 부동산 시장 회복 지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비롯한 대출 규제 등을 들었다. 보고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완만하게나마 하락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5대 은행 가계대출만 보면 작년 말(잔액 692조4094억원)과 비교해 올해 들어 지난달 28일까지 불과 0.18%(1조274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한은의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가 2.1%에 이르는 만큼 1분기부터 경제 성장률이 가계대출 증가율을 웃돌아 GDP 대비 가계신용(빚) 비율이 떨어졌을 가능성이 커졌다.
더구나 은행권의 가계대출 감소세는 이달 확인됐지만, 비(非)은행권까지 포함한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은 이미 2월(-1조8000억원)부터 줄기 시작했다.
이런 통계와 지표를 바탕으로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이 1분기 100%를 밑돌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Global Debt) 최신 보고서에 의하면 작년 4분기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100.1%)은 세계 34개 나라(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 가운데 가장 높았다. 그러나 1년 전과 비교해 한국 가계부채 비율의 내림 폭(-4.4%p·104.5→100.1%)은 영국(-4.6%p·83.1→78.5%)에 이어 두 번째로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