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교수 단체, 정부 대화 거절하고 '의대 증원 집행정지' 항고
환우회·시민단체·보건의료노조 "정부 강대강 전략이 의료공백 낳아"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의료공백이 장기화 되면서, 의대증원에 찬성하던 국민 여론마저 조금씩 윤석열 정부에 등을 돌리고 있다.
3일 전국 33개 의대 교수협의회는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한 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항고했다.
교수협의회는 앞서 정부의 증원 처분이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입학 연도의 1년 10개월 전까지 공표하도록 규정한 현행 고등교육법을 위배했다는 이유로 의대증원이 무효라고 주장,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법원은 의대 증원·배정 처분에 관해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법률상 이익을 가진다고 볼 수 없어, 신청인 적격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해당 신청을 각하했다. 이에 교수협의회는 “신청인 가운데 의전원 교수가 포함돼 있는데도 재판부가 사건과 관련이 없다며 판단을 누락한 셈”이라며 항고 배경을 밝혔다.
앞서 정부는 의대증원과 관련해, 의료계 단체가 의견을 모아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면 규모를 조정할 의사가 있음을 내비쳤다. 이에 교수 단체가 대화 없이 법적으로 의대증원 취소를 달성하겠단 입장을 밝히면서 의정 간 대화는 더욱 요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전공의 및 교수 단체는 정부의 대화에 응하겠다고 밝혔지만, 전제조건을 달았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다만 무조건 만나자고 한다면 대화 제의의 진정성이 없다"며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의료계와 협의해 합리적인 방안을 만들겠다는 조건을 먼저 제안해달라"고 했다.
의정 협상의 지연으로 의료공백이 장기화되면서, 본래 정부의 의료개혁에 찬성하던 환자·시민 단체 및 보건의료 종사자마저 정부 비판에 나섰다. 실제 의정 갈등으로 의료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정부도 "집단행동 장기화로 의료 역량이 다소 감소하는 상황이 일부 감지됐다"고 확인했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국가응급진료정보망에 '중증응급질환 중 일부 진료 제한'이 나타난 권역응급의료센터는 3월 첫주 10곳에서 마지막 주 14곳으로 다소 증가했다. 해당 센터는 전국 44곳이다.
국가응급진료정보망은 응급실과 중환자실 입원병상 유무·응급질환별 의료기관 진료가능 여부 등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이를 통해 27개 중증응급질환의 진료 가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이 중 한 과목 이상 '불가능' 메시지가 확인된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증가했단 의미다.
주로 의사에게 비판의 목소리를 내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최근 연이어 정부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노조 측은 올해 1월만 해도 “지금부터 의대 정원을 최소 1000명~3000명 규모로 최소 10년 이상 늘려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최근엔 정부의 섣부른 의료개혁이 의료공백을 낳았다고 비판했다. 지난 1일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 대국민 담화에 대해선 “조속한 진료 정상화를 기대한 환자와 국민들을 다시 한번 실망케 했다. 50분간 진행된 대통령 담화에 진료 정상화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노골적인 불만을 남겼다.
한국선천성심장환우회,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등 환자 단체는 여당 주요 관계자와 만나, 정부에 의정 갈등 해소를 촉구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은 지난 2일 이들과 만나 면담을 갖고 의료개혁 및 의정 갈등과 관련한 환우회 의견을 청취했다. 선천성심장환우회는 "정부도 의협도 줄다리기만 하고 환자들 목숨은 후순위가 됐다"며 "양측이 협의체를 만들고 의대정원 증원 시기와 규모를 합의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과학적 근거도 없이 2000명 증원을 추진한다는 음모론이 확산 중이다. 본래 의료개혁에 대한 강경한 의지로 시민 단체 및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지만, 의료공백이 심화되며 거꾸로 정부에 대한 불신이 나오는 상황이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한쪽이 한쪽을 굴복시키지 않으면 끝날 것 같지 않는 암담한 상황 속에서 수술환자와 응급환자, 중증환자들은 피눈물 흘리며 고통받고 있다. 또 수련병원의 경영 위기를 이유로 위기 속에서 환자 안전을 지키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