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학교폭력 피해 5만9000명... 10년래 최대치
최근 딥페이크 활용 등 수법 고도화‧지능화 양상
"철저한 실태파악‧대책 마련 시급… 교육 방식 개선 필요"
매일일보 = 권영현 기자 | 최근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학교폭력도 지능화된 수법과 고도화된 유형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 해제 이후 물리적인 폭력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부가 전북교육청을 제외한 16개 시‧도 교육청과 지난 2023년 4월 10일부터 4주간 실시한 '2023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피해 응답률은 1.9%로 5만9000여명의 초‧중‧고등학생이 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2013년(2.2%)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최근에는 물리적 학교폭력 뿐 아니라 언어폭력과 딥페이크 기술 등 신기술을 통한 가해 등 범죄 형태와 수위는 갈수록 지능화‧고도화되는 양상이다.
일례로 지난해 3월 춘천지법 원주지원은 같은 학원에 다니는 여학생의 사진을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해 음란물을 제작하고 인터넷에 업로드한 중학생 A군에게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위반과 모욕 교사 등의 혐의로 징역 2년, 단기 1년8개월을 선고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최근 여중생 사진을 합성해 인터넷에 올려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나체 합성 사진을 유포한 중학생이 처벌을 받는 등 점차 딥페이크가 신종 학교폭력이 되고 있다"며 "이런 범죄는 학교와 교사가 사전 인지 및 확인이 어려운 만큼 관계 당국의 철저한 실태 파악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팬데믹 해제로 정상적인 등교가 시작되자, 신체적인 폭력 행위 사례도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신체폭력 피해 응답률은 코로나19가 심화됐던 2020년 7.9%으로 전년 대비 0.7%p 줄었지만 △2021년 12.4% △2022년 14.6% △2023년 17.3%로 몇 년간 꾸준히 늘고 있다.
교총 측은 "최근 3년간 신체폭력과 성폭력이 증가하는 것에 주목하고 맞춤형 대책 마련과 예방교육 강화에 나서야 한다"며 "물리적 폭력은 피해학생에게 되돌릴 수 없는 상처와 트라우마를 남긴다는 점에서 그동안 언어폭력과 사이버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높인 반면 신체폭력 등에 대한 문제의식과 대응이 악화된 것은 아닌지 재점검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교육계와 정부가 학교폭력에 관련된 교육 방식을 개선하는 동시에, 급속히 진화하는 범죄 유형에 대해서도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승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이버상의 활동에 대해 아이들이 경각심을 느끼는게 별로 없다"며 "학교 폭력 예방 교육도 대부분 '이게 학폭입니다 이럴 때 신고하세요' 정도로 가르치는 수준인데 어린이들은 신고에 대한 민감성만 높아지고 남들한테 피해를 줄 수 있고 피해자가 어떤 피해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교육은 안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 이후 아이들의 사이버 활동이 많아지면서 교육부도 관심을 갖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예방 교육의 형태는 그대로기 때문에 아이들이 자신의 행동이 폭력이라는 인지를 못하게 됐다"며 "친구들 사이에 딥페이크를 활용해 합성된 자료를 메신저로 교환하는 등의 행위가 상대방의 동의가 없으면 범죄가 된다는 경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게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가해학생 기록 보존기간 연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학교 폭력 가해 이력으로 사회 생활에 영향을 주겠다는 취지에는 공감대가 형성 됐지만 계속해서 처벌 강화만 지향할 경우 학교 현장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 사법화 돼 문제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 실태 조사를 보면 매년 피해 학생들 중 상당수가 미신고 이유로 '이야기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를 꼽고 있는 점에 대해 이 선임연구위원은 "학교 폭력 조사 절차상 신고를 하면 피해자와 가해자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며 "피해자는 신고해도 사안이 달라지지 않고 소문만 나서 더 힘들다는 인식이 생겨 신고를 안 하게 되는 만큼 학교 폭력 조사는 조용하고 신속하게 처리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