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지속에 5대은행 가계대출 11개월만에 뒷걸음
기업대출 3월에만 7.7조원↑…금융시장 불안요인 부상
기업대출 3월에만 7.7조원↑…금융시장 불안요인 부상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고금리와 부동산 거래 부진 등이 이어지면서 약 1년 만에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전월보다 줄어들었다.
추후 정확한 집계가 필요하지만, 이런 흐름으로 미뤄 올해 1분기 중 우리나라 경제 규모(GDP) 대비 가계 신용(빚) 비율이 3년 반 만에 100% 밑으로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소상공인을 포함한 기업 대출의 경우 한 달 사이 다시 8조원 가까이 불어나는 등 증가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 금융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3월 말 기준 693조6834억원으로, 2월 말(695조7922억원)보다 2조1088억원 적다. 대출 종류별로는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잔액 536조307억원)이 역시 열한 달 만에 처음 1조657억원 뒷걸음쳤고, 신용대출(103조497억원)은 6354억원 더 줄어 2023년 10월(+6015억원) 이후 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가계대출 역성장은 2년 반 가까이 통화 긴축정책과 함께 높은 금리가 유지된 데다, 부동산 거래가 부진한 결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은 앞서 14일 국회에 보고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세가 당분간 약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그 근거로 고금리, 부동산 시장 회복 지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비롯한 대출 규제 등을 들었다. 아울러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완만하게나마 하락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5대 은행 가계대출만 보자면, 작년 말(잔액 692조4094억원)과 비교해 올해 들어 3월 28일까지 불과 0.18%(1조274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한은의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가 2.1%에 이르는 만큼, 1분기부터 경제 성장률이 가계대출 증가율을 웃돌아 GDP 대비 가계신용(빚) 비율이 떨어졌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통계와 지표를 바탕으로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이 1분기 100%를 밑돌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Global Debt)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4분기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100.1%)은 세계 34개 나라(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 가운데 가장 높았다. 하지만 1년 전과 비교해 한국 가계부채 비율의 내림 폭(-4.4%p·104.5→100.1%)은 영국(-4.6%p·83.1→78.5%)에 이어 두 번째로 컸다. 만약 1분기 가계부채 비율이 90%대로 떨어지면, 2020년 3분기(100.5%) 100%를 뚫고 올라간 뒤 3년 반 만에 처음이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