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조현정 기자 | 4·10 총선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치인 31.28%를 기록했다. 여야는 "오만한 야당 심판", "성난 민심을 확인한 정권 심판"의 의지가 반영됐다며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이례적으로 높은 사전투표 열기에 각각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동상이몽' 해석을 내놨다.
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5일 오전 6시에 시작해 6일 오후 6시에 마감된 사전투표는 전체 유권자 4428만11명 중 1384만9043명이 참여했다. 이는 2020년 21대 총선 사전투표율(26.69%) 보다 4.59%p 높다. 2016년 20대 총선(12.19%)과 비교하면 19.09%p 오른 수치다. 다만 직전 전국 단위 선거이자 역대 최고 사전투표율을 기록한 20대 대통령 선거(36.93%) 때 보다 5.65%p 낮다.
사전투표는 2014년 지방선거에서 처음 도입됐다. 이후 지금까지 3번의 총선, 3번의 지방선거, 2번의 대선 등 전국 단위 선거에서 8번 시행됐는데, 그 중 사전투표율이 30%를 넘긴 것은 20대 대통령 선거와 이번 총선 뿐이다.
역대 사전투표율은 △2014년 5회 지방선거 11.5% △2016년 20대 총선 12.2% △2017년 19대 대통령 선거 26.1% △2018년 7회 지방선거 20.1% △2020년 21대 국회의원 선거 26.69% △2022년 20대 대통령 선거 36.93% △2022년 8대 지방선거 20.62%였다.
이번 총선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본투표 상승으로 이어질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사전투표율이 높아진 만큼 전체 투표율이 70%에 육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먼저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의 적극적인 사전투표 참여 독려에 지지자들이 화답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동안 부정선거 의혹 등으로 사전투표 참여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던 보수층의 참여가 투표율 상승을 견인했다는 것이다.
박정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장은 이날 논평에서 "국민적 염원이 모여 국민의힘을 향한 결집을 이룬 것"이라며 "막말과 편법, 꼼수, 범죄가 일상인 세력과 대한민국의 미래와 희망을 말하는 세력 간 대결을 두고 미래 세력인 국민의힘에 소중한 '한 표'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울산 남구을에 출마한 김기현 전 대표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상식 있는 주권자들의 민심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막판 본투표를 독려하며 보수 지지층을 최대한 투표장으로 끌어낸다는 전략이다. 한 위원장은 이날 대전 노은역 광장 지원 유세에서 "여기 나선 많은 분들이 저희와 함께 사전투표하셨다고 알고 있다. 그걸로 끝나서는 안 된다"며 "한 분씩, 두 분씩 설득해 달라. 10일 날 투표장으로 모셔달라"고 남은 본투표에서의 한 표를 호소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정권 심판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투영됐다고 평가했다. 강선우 대변인은 "국민께서 투표로 주권자의 힘을 보여주셨다. 윤석열 정권의 무능과 폭정을 향해 이 나라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확실하게 가르쳐주셨다"며 "역대 총선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사전투표율을 통해 '하루라도 빨리' 윤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성난 민심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이번 총선의 시대정신은 윤 정권 심판"이라며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살릴 마지막 골든타임이 바로 이번 총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처 투표하지 못한 분들은 본투표일인 10일, 대한민국을 바로 세울 소중한 한 표를 꼭 행사해 주길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도 투표 참여를 거듭 강조하며 막판 지지층 결집을 촉구했다.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거리 유세에서 "여러분이 맡긴 그 권력으로 우리 삶을 개선하는 게 아니라 사적 이익을 도모하는 그들에게 경종을 울려주시라"며 "외교 망신, 국격 훼손, 경제 폭망, 민생 파탄, 민주주의 파괴까지 그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권을 포기하면 가장 저질의 인간에게 지배받는다고 플라톤이 말했다"며 "포기하면 포기하는 만큼 특별 기득권 소수가 그 몫을 차지한다"고 투표를 독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