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6월 금리인하 후퇴...연준 인사들 금리인상 주장도
신중론 커지는 한은..."연내 금리인하 물건너 갈수도"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고물가·고환율·고유가 등 이른바 ‘3고’(高) 현상이 다시 돌아온 가운데 미국의 조기 금리인하 기대감도 줄어들면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상황 판단에 금융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연초 한국은행이 상반기 내 금리 인하에 나설 거란 전망까지 나왔지만 올해를 넘길 거란 비관적 전망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12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연 3.50%인 기준금리를 10연속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금융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 우세하다. 핵심 배경은 물가 우려다. 한은은 생활물가가 높은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물가 전망경로상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고 평가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올해 1월 2.8%로 낮아졌다가 2월 3.1%, 3월 3.1%로 두 달 연속 3%대를 이어갔다. 환율은 연고점을 경신했다. 지난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52.8원으로 마감해 종가 기준 지난해 11월 1일(1357.3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가 견조하면서 글로벌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중국 경제가 최근 회복된다고 하지만 부동산경기 부진으로 전반적으로 약하면서 위안화 약세에 원화가 영향을 받고 있어 고환율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란과 이스라엘간 지정학적 리스크로 유가도 오르고 있다.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각 90달러, 86달러를 넘어섰다. 김선태 KB국민은행 연구원은 “수입물가의 근간을 이루는 환율이나 유가가 상당히 높은 수준에 있어 금리인하는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6월로 예상해온 미국의 금리인하 시점에도 불확실성이 커졌다. 5일(현지시간)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3월 미국의 비농업부문 일자리는 전월 대비 30만3000건 증가해 전월(27만건) 및 예상치(21만4000건)를 모두 웃돌았다. 견조한 노동시장이 물가상승 압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예상에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이 보는 6월 연준의 기준금리(5.25~5.50%) 동결 가능성은 46.8%로 일주일전(39.6%) 보다 올랐다.
연준의 주요 인사들은 시장의 조기 금리인하 기대감을 경계하고 있다. 매파(통화긴축 선호) 성향의 미셸 보먼 연준 이사는 “필요할 경우,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발언했고,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는 연은 총재는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금리를 인상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보먼 이사는 지난 주말(5일) 연준 감시자(Fed Watcher) 회의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여러 상방 리스크를 지적한 뒤 “정책 입안자들이 정책을 너무 빨리 완화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며 "필요할 경우,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많은 상방 위험을 계속 보고 있다"며 "우리는 아직 금리를 인하할 시점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재정 부양책, 고질적인 주택 가격 상승, 노동시장의 견조함 등을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상승 리스크로 꼽았다. 그는 특히 "지난 두 달간의 인플레이션 수치는 인플레이션 하락률이 고르지 않거나 느려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도 전일(4일) 연내 금리 인하가 불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지난달 연준이 올해 두 차례 금리 인하를 예고했지만 인플레이션이 계속 정체되면 연말까지 금리 인하가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계속 횡보하는 것을 본다면, 우리가 금리 인하를 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근본적 의문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초 시장은 연준이 3월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부터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 연내 3차례 금리인하를 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지표가 계속 시장의 예상보다 높게 나오자 6월부터 연내 두 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금리 인하 기대를 낮췄다. 이같은 상황에서 연준 간부들이 잇달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이런 가운데 오는 12일 한은 금통위의 관전 포인트는 포워드가이던스 형태로 금리인하를 시사할지 여부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리인하 소수의견이 나오진 않겠지만, 인하가능성을 열어놓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조용구 연구원은 “최근 미국의 금리인하 기대가 후퇴하는 것과 고환율, 고유가에 대해 이창용 한은 총재의 생각과 스탠스가 관심이다”고 밝혔다.
물가 불안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만큼 6월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더 강해지는 상황이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은 경제가 예상보다 양호한 흐름을 보이는 반면 물가 불안이 여전해 7월 이후에 기준금리를 낮출 것”이라며 “한국은 물가 불안과 가계부채 위험성 등이 여전히 높아 4분기는 돼야 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