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인플레 우려가 지속되면서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올해 세차례 금리인하에 나서겠다던 기존 공언을 뒤집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도 기존 예상보다 늦을 것이라는 전망이 확대된다.
9일(현지시간) 미국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경제성장률 예측시스템인 'GDP(국내총생산) 나우'에 따르면 올 1분기 GDP 증가율은 2.5%로 추정된다. 3월 말 추정치(2.3%)보다 올라갔다. 금리인하를 자극할 경기 둔화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연준은 물가상승세가 재작년 한 때 9%대(소비자물가지수 기준)까지 치솟자 다소 늦었다는 평가 속에 무리한 긴축정책을 폈다. 1년 반 동안 기준금리를 5.25%p(포인트)나 올리는 과정에서 지난해 초 지방은행 파산이 잇따르자 연준이 위기를 자초했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하지만 지난해 말 인플레 저감 보고와 함께 올해 3차례 금리 인하가 예고되면서 비판은 찬사로 바뀌었다. 미국 경제가 좋은 모습을 이어가자 시장에선 긴축 완화 시기만을 기대했다. 증시도 금, 비트코인 등도 역대 최고가를 경신한 데에는 선반영된 금리 인하 기대감이 있다.
그러나 올 1, 2월 물가지수는 시장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인플레 저감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고 지정학적 불안 및 유가 상승이 그 이유로 지목되면서 연준으로서는 빠져나갈 구멍이 생겼다. 국내 일자리에 문제가 생긴다면 조급해질 법한데 5일 공개된 3월 실업률은 전월비 0.1%p 감소한 3.8%였고, 비농업 일자리는 30만 3000개나 늘어 반년 새 최고치를 썼다.
연준 위원들의 발언은 거칠어졌다. 샌프란시스코의 메리 댈리 연은 총재는 "올해 세 차례 금리인하는 전망일 뿐 약속이 아니다"고 물러섰고, 매파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금리인하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다만 월가는 대선(11월)을 이유로 연준이 하반기까지 고금리를 유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한두 달 미룰 수는 있지만 적절한 시기를 놓칠 경우 코로나 때와 정반대로 무리한 인하 조치가 뒤따를 수 있어서다. 정치적 관점을 반영하면 11월 대선 이전에 한두 차례의 금리인하, 대선 이후 1차례 추가 인하 가능성이 예상된다.
한편 국내 금리인하 시기도 뒤로 밀릴 전망이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도 "물가 부담이 해소되지 않는 데다 정치적으로도 논쟁거리가 됐고, 소비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조짐이 있다"며 "한은이 물가에 대한 우려를 놓지 못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