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대통령실 핵심 참모들 일괄 사의
매일일보 = 조현정 기자 | 4‧10 총선에서 여당이 역대급 참패를 당하자 윤석열 대통령이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 등 용산 대통령실 참모들 역시 윤 대통령에게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남은 3년 임기 동안 사실상 '식물 정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뒤늦게 국정 쇄신에 나서겠다는 모습이다.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1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 윤 대통령이 이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또 한 총리와 이 실장 등 대통령실 핵심 참모들도 윤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이에 따라 일부 부처 장관까지 총선 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국민 뜻을 받들자면 국정 쇄신하는 게 당연하고, 국정 쇄신을 한다는 것은 인적 쇄신이 선행돼야 한다"며 "비서실장을 포함해 정책실장과 모든 수석이 윤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남은 임기 3년 간 레임덕에 빠질 수 밖에 없는 만큼 뒤늦게 국정 쇄신 의지를 밝히며 성난 민심 달래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급 참모들이 단체로 사의를 나타낸 것은 새 정부가 들어서고 이번이 처음이다. 윤 정부 중간 평가 성격의 이번 총선에서 최대 위기를 맞게 되자, '조기 레임덕'까지 거론되며 위기감이 그대로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야당과 소통 의사도 있다고 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중점 법안 처리를 위해 야당과 소통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게 해석해도 좋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난 2년 동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도 "영수회담은 대통령이 여당 대표를 겸임하던 권위주의 시절에나 하던 것"이라며 거부해 왔다.
여당 내에서도 국정 기조 변화와 수직적 당정 관계 재설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경기 성남·분당갑에서 당선된 안철수 국민의힘 당선자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는 것이 표로 증명됐다"며 "뼈 저리게 받아들이고 반성해 국정 기조를 제대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정 관계도 건설적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충남 서산·태안에서 당선된 성일종 당선자 역시 같은 라디오에 출연해 '내각 총 사퇴 이야기가 계속 나올 것 같다. 수용해야 하는 게 민심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선거가 끝났으니까 아무래도 국면 전환을 해왔던 것이 모든 역대 정부의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이었다"며 "이런 것들도 대통령실에서 검토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반면 야권에서는 윤 대통령의 국정 쇄신 의지에 대해 '국면 전환용'이라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강서구청장 선거 때도 여당이 선거에 패배하고 나서 국정을 쇄신하겠다는 의지도 보이고 그런 게 있었다"며 "그 것 때문에 당 대표도 바뀌는 과정들이 있었는데 현실적으로 드러난 국정 개혁, 국정 운영의 태도 변화가 없지 않았나. 이번에도 국면 전환용이 아니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대변인도 논평에서 "중대한 사안을 곧 사퇴할 게 뻔한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대독을 시키나"라며 "국민은 이번 선거에서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무부 장관을 불러 김 여사의 주가 조작, 허위 학력, 명품백 수수, 처가를 지나는 고속도로 변경 등 수사를 지시하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