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尹 취임 2주년 기자회견···채상병·김건희 입장 주목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4‧10 총선 참패에도 기존 국정운영 기조를 바꾸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남은 임기 3년 동안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 현상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당장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에 대한 특검법' 관련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 국회 재의결을 두고 여당 내에서 찬성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이원석 검찰총장이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의 신속 수사를 지시하는 등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정권 내에서 윤 대통령에 반기를 드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지난 2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채 상병 특검법'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시사한 상태다. 표면적으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해당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대통령실 개입 의혹까지 불거진 사안이어서 '채 상병 특검법'은 자칫 국정운영 동력 상실의 기폭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채 상병 특검법'은 국회에서 재표결 절차를 밟게 되는데 이때 여당 내에서 이탈표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특검법에 대한 국민 찬성 여론이 높은 만큼 여권의 이탈표를 노려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재표결하겠다는 방침이다.
'이탈표'의 징후는 이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일 여당 의원들의 집단 퇴장에도 혼자 남아 찬성표를 던지면서 나타났다. 김 의원은 3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주연인 사건을 공수처에서 어떻게 수사를 하나. 국방부 장관은 조연이고, 해병대 사령관은 엑스트라다. 이럴 때 하라고 있는 게 특검"이라며 "(필요하다면 윤 대통령 수사도) 당연히 해야 한다. 진상을 밝히는 과정에서 어떻게든지 조사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특검법 통과시 퇴장했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채 상병 특검법에 찬성한다는 제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만약 국회에서 다시 투표할 일이 생긴다면 저는 찬성표를 던질 것"이라고 했다.
최근 이원석 검찰총장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에 전담수사팀을 꾸려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한 것을 두고도 '레임덕'의 전초전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박찬대 신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검찰과 용산 간에) 긴장 관계가 형성되고 있는 것 아닌가"라며 "특히 김건희 세력에 대한 불만이 검찰에서 있을 수 있다. 한동훈(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이원석, 송경호(서울중앙지검장) 여기가 김건희 수사를 하면서 세 과시를 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정말 수사 의지가 있었다면 진작 수사했어야 되는데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린 것인지, 아니면 내부의 긴장 관계가 반영되고 있는 것인지는 국민이 주권자로서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될 것"이라고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와의 영수회담과 채 상병 특검의 전격적인 수용이 국정 운영 동력을 그나마 유지할 마지막 기회였다"며 "윤 대통령 스스로 이를 걷어찬 셈이다. 여소야대의 22대 국회에서 레임덕은 기정사실이라도 봐도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오는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 운영 기조 방향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이날 기자회견의 질의응답을 통해 윤 대통령이 '채 상병 특검'과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을 밝힐 경우 최소한의 국정 운영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