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권희진 기자] 패션업계가 카피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국내 특허 기준은 여전히 미약한 수준에 머물고 있어 이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영국 명품 브랜드 ‘버버리’는 체크무늬 상표권을 앞세워 국내 패션업체에 줄소송을 내걸고 있다. LG패션 ‘닥스’에 이어 이번엔 쌍방울 ‘트라이’에도 1억원대 상표권 침해금지 소송을 내기로 한 것.

버버리 측은 “쌍방울이 판매한 트라이 속옷 중 일부 제품이 우리 회사 등록상표인 ‘버버리 체크무늬’를 도용했다”며 “상표권 침해금지 소송을 곧 제기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쌍방울 측은  “문제가 된 제품은 지난해 상반기 출시된 사각팬티 10종 세트 중 하나로, 현재는 단종됐다”며 버버리 측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버버리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에서 10여 건의 체크무늬 관련 민사소송을 제기했으며,  법원은 모든 소송 사건에서 상표권 침해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LG패션 닥스 제품 대상 소송에서는 법원이 지난해 10월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국내에서 입지가 좁아진 버버리가 ‘노이즈 마케팅’으로 존재감을 입증시키려는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버버리에 이어 프랑스 아웃도어 브랜드 ‘살로몬’과도 디자인 도용 논란에 휘말린 LG패션은 사면초가에 내몰린 표정이다.

살로몬은 최근 자사의 워킹화 디자인을 LG패션 측이 무단으로 도용했다며 해당 제품의 제작과 판매를 중지해달라는 경고 서한을 보냈다.

이에 대해 LG패션 라푸마 측은 디자인 도용 주장을 정면 반박하며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상황.  회사 관계자는 “상도의를 저버린 살로몬측의 악의적 행위에 대해 항의 및 공식 사과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디자인 특허에 대한 기업들의 분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롱샴, 코오롱FnC의 쿠론도 디자인 침해와 관련 소송에 휘말린 바 있고, SPA브랜드 유니클로는 지난해 국내 중소 패션잡화업체 코벨의 양말 무늬를 무난 도용했다 적발, 해당 제품을 전량 철수하고 판매를 중지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외 브랜드들은 특허분쟁에 나서며 지적재산권 지키기에 나서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특허 기준은 여전히 미약하고 애매해 이에 대한 구체화 된 조항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지적재산권과 관련해 인식이 미흡한 것 같다”며 “우선은 디자인 도용을 업계의 관행쯤으로 여기는 인식을 바로 잡고, 디자인 유사성을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구체화된 조항이 정립돼야 지리한 법정 공방에서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