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김수현 기자 | 정부가 ‘계약갱신청구권’ 및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 2법 폐지 내지 완화에 나선 가운데 갑론을박이 거세다.
정부는 전세난 등 시장 안정을 위해 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인 가운데 시장에서는 이에 찬성하거나, 이미 안착한 제도를 손대는 것은 또 다른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앞서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3일 “2년 전에 비해 전셋값이 오른 곳이 절반, 역전세가 발생한 곳이 절반”이라며 “전세값 4년치를 한꺼번에 올린다든지, 신규 전세 매물이 시장에 나오지 않게 하는 임대차 2법 문제를 완화할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임대차 2법 개선을 위해 발주한 연구용역을 마무리했다. 국토부는 다음 주 연구용역 결과 일부를 반영한 전세 대책과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2020년 7월 말 시행된 임대차 2법은 전세 ‘2+2년 계약’을 보장하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임대료 인상을 연 5%로 제한한 전·월세 상한제로 구성된다. 계약갱신청구권이 보장되면서 기존 2년이던 전세 만기가 실질적으로 4년이 됐다.
전문가들은 법안 시행 초기부터 현재까지 임대차 2법의 효과와 부작용을 놓고 지속적으로 이견차를 보이고 있다.
수정 찬성 측은 최근 빌라 전세 사기로 인해 아파트 전세 가격이 상승세 돌입과 함께 전세 공급량이 줄면서 신규 임차료가 급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임대차 2법이 오히려 전세가를 높이고 월세 전환을 가속화 할 것이라고 했다.
윤주진 자유기업원 정책전문위원은 “신규 전월세 계약 시 임대인이 2년 후 시장 상황까지 고려해 더 높은 금액의 전월세 임대료를 반영해 오히려 임차인의 주거비용 부담을 가중시켰다”라며 “최대 4년간 물건이 묶여야 있어야 하는 임대인 입장에서는 본인이나 가족이 해당 주택에 거주하거나 목돈을 마련해 월세 계약으로 전환하는 것을 선호할 유인이 더 커진다”고 했다.
이어 윤 위원은 “최초 취지는 임차인의 주거 안정성을 높이고 과도한 전세가격 상승을 막기 위한 것었지만 단기적 효과에만 매달려 장기적으로 시장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 평가했다.
반면 부동산 침체기에 시장 교란을 막고 임대인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임대차 2법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신세덕 대림대학교 교수는 “최근 부동산 시장은 매매가는 떨어지고 거래량도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임대인 기본권 보호를 위해 임대차2법을 폐지하거나 수정 및 보완할 경우 부동산시장 침체기가 지속과 함께 역전세난 등으로 임대인에게 피해가 더욱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같은 논쟁과 별도로 22대 국회에서는 거대야당인 민주당 반대로 임대차 2법에 손을 대는 것을 사실상 불가능할 전망이다. 특히 민주당은 이번 총선 공약으로 임대차 2법 유지와 함께 임차인등록제 도입을 내걸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세웠던 정책 기조를 이어간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더해 지난 2월 헌법재판소가 임대차 2법에 대해 합헌 판단을 내리면서 민주당에 힘을 실어준 모양새다.
헌재는 "임차인 주거 안정 보장이라는 입법 목적이 정당하고 임차인의 주거 이동률을 낮추고 차임 상승을 제한함으로써 주거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고 하며 "반면 임대인의 계약의 자유와 재산권에 대한 제한은 비교적 단기간 이뤄져 제한 정도가 크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해당 결정을 두고 이개호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헌재의 결정은 민주당의 임대차 3법이 전세가 폭등으로 전세난에 처한 임차인을 보호하는 최소한도의 안전망임을 확실하게 인정해준 셈”이라고 평가했다. 현재로서는 임대차 2법은 물론 전월세신고제까지 건드릴 의사가 없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