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주력 계열사 대표이사로 오너가 3세 중 최고 자리
전선업 '슈퍼사이클' 원년…수주 풍년에 최대실적 전망
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전선업계 대표 주자인 LS전선 구본규 사장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올해가 전선업 '슈퍼 사이클'의 원년이 될 거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구 사장은 구자엽 LS전선 회장의 장남으로, 오너 3세 중 핵심 계열사인 LS전선 대표이사직에 처음 올랐다. 그는 차기 LS그룹 회장 후보로 꼽히며 주목도가 높지만 언론 노출을 최소화하며 회사 내실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는 평가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LS그룹은 친족 공동체로 그룹을 이끌어가고 있고, 통상적으로 형제 서열 순"이라며 "서열이 깨지게 되면 LS그룹에 큰 변화가 생기기 때문에 일단은 가풍을 유지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어 "2세대의 마지막 총수는 구자은 회장으로 순서상 구자홍 자녀 구본웅 대표가 1순위고, 2순위는 LS전선 구본규 사장"이라며 "구본웅 대표가 그룹을 맡지 않을 경우 구본규 사장이 (회장을) 맡을 가능성이 좀 더 크다"고 덧붙였다.
1979년생인 구 사장은 세종고를 졸업한 후 미국 퍼듀대에서 경영학 학사, 같은 대학 대학원 MBA 과정을 밟았다. 2007년 LS전선 미국 법인에 입사해 경력을 쌓았으며, 2010년부터 LS일렉트릭에 몸담았다. 이후 2019년 LS엠트론으로 이동해 최고경영자(CEO) 부사장 역을 맡았다.
그는 LS엠트론에서 흑자 전환을 이끌며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 2022년 LS전선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LS전선으로 넘어온 지 1년 만인 2023년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며 재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구 사장은 지난해 6월 LS전선과 두산에너빌리티, 효성중공업 등과 함께 출범한 '한국해상그리드산업협회'의 초대 회장도 맡고 있다. 그는 "에너지 대전환 시대에 국내 해상풍력과 기자재 업체 육성에 힘써 탄소중립 실현과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달 16일에는 산업부가 주최한 재생에너지 업계 간담회에 참석, 공급망 강화 등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그는 대외적으론 조용한 CEO로 보이지만 '강력한 추진력'으로 LS전선의 미래 기반 조성에 힘을 쏟고 있는 열정형 리더로 묘사된다. 특히 고성장이 예견된 해상풍력 시장을 업고 글로벌 해저케이블 시장 공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LS전선은 고전압직류송전(HVDC) 해저케이블을 생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업이다. 국내에선 LS전선이 유일하다.
올 초 자회사 LS에코에너지 이상호 대표와 함께 한 베트남 출장에서 신공장 후보지를 점검하고 해저케이블 경쟁력 강화를 모색한 배경이다. 구 사장은 앞서 미국, 유럽 시장 등에서도 해저케이블 수주량 확대를 견인, 뛰어난 경영 수완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구 사장은 수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해 해상풍력 포설 전문기업 KT서브마린(현 LS마린솔루션) 인수를 마무리 지었다. 이로써 LS전선은 해저케이블 생산부터 시공까지 아우르는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 공급 역량을 갖추게 됐다.
LS전선의 수주·실적 랠리는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그의 노력에 화답해 준 모습이다.
올 1분기 LS전선의 수주잔액은 전년 동기 대비 53.5% 급증한 4조5591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LS에코에너지의 수주잔액은 전년 동기보다 50.9% 늘어난 2140억원이다.
LS전선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7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늘었다. 올해는 특히 인공지능(AI) 열풍에 전력 '슈퍼 사이클' 기대감이 커지면서 최대 실적을 다시 쓸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좌우명 : 내일 지구가 멸망할지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