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외국계 기업 대상 인사노무관리 서비스를 전문으로 제공하다 보면, 외국계 기업 담당자들의 고충을 여실히 느끼게 된다.
HR과 관련해 최종 결재권한을 본사 혹은 APAC(Asia-Pacific)이 보유하고 있으므로 한국 지사 소속의 HR 담당자들은 대개 본사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국내 노동관계법령과 괴리가 발생한다
이로 인해 다양한 법적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이 근로계약서와 관련한 리스크이다. 외국에 주재하는 본사가 배포한 가이드라인대로 근로계약서를 활용하다가 법 위반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계 기업 근로계약서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미비점은 임금의 구성항목, 계산방법, 지급방법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는 경우이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근로계약서에는 기본급, 식대, 고정연장근로수당 등 임금의 구성항목과 항목별 금액을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한다.
또한, 각 구성항목이 몇 시간의 근로시간에 상응하는 임금인지를 밝혀 계산식을 제시해야 한다. 임금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지급할 예정인지 또한 빠져서는 안 된다. 참고로 근로기준법 제43조에 따라 임금은 매월 1회 이상 일자를 지정하여 근로자에게 직접 지급돼야 한다.
단순히 유급휴일을 부여하겠다는 취지로 규정하는 경우도 발견되는데, 이 때문에 근로감독 이후 시정지시를 받은 외국계기업이 꽤 있다. 상시근로자 수 5인 이상 사업장이라면 주휴일,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른 공휴일 및 대체공휴일, 근로자의 날(5월 1일)을 유급휴일로 보장함을 근로계약서에서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근로자가 근로하게 될 근무장소 또한 근로기준법에 따른 필수적 기재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누락하는 경우도 있다. 나아가 이를 누락하지 않아 법 위반 소지는 없다고 하더라도 근무장소 및 업무내용을 한정적으로 제시하여 효율적인 인사노무관리를 도모하지 못하기도 한다.
대법원은 근로계약서에 업무 내용 및 장소를 특별히 한정하는 경우 그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므로(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0다52041 판결 등) 회사가 유연하게 인력 배치를 할 수 있도록 업무상 필요, 경영상 사정 등에 따라 업무 내용 및 장소를 변경할 수 있다는 취지의 조항을 명시해야 할 것이다.
간혹 소정근로일, 소정근로시간, 휴게시간을 구체적으로 기재하지 않는 경우도 존재한다. 근로기준법은 소정근로시간을,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근로시간 및 휴게에 관한 사항, 근로일 및 근로일별 근로시간을 필수적 기재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과 관련한 분쟁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와 같은 사항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작성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사항도 회사의 경영상 필요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는 취지로 단서를 부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해고의 예고와 관련한 조항을 설정할 때도 주의하여야 한다. 근로자가 특정한 비위행위를 저지른 때에 해고에 대한 예고나 해고예고수당 지급 없이 즉시 해고할 수 있다는 조항이 심심찮게 보인다.
근로자의 계속근로기간이 3개월 미만인 경우 천재‧사변으로 사업을 계속할 수 없는 경우 등 근로기준법이 정하는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회사는 해고일로부터 30일 전에 근로자에게 예고를 하거나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의무를 부담하므로 근로기준법에 위배되는 조항을 삭제하고 실제 해고 시에도 유의해야 한다.
외국계기업은 국문 근로계약서, 영문 근로계약서, 국‧영문 혼합 근로계약서 등 다양한 형태의 근로계약서를 활용한다.
어떠한 언어를 사용하든 근로계약서는 근로관계의 내용을 명확히 하고, 법률행위를 담은 처분문서로서 분쟁 등 관련 이슈 발생 시 기본적 근거가 되는 서류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으므로 작성에 만전을 기하고, 어려움이 따른다면 영어 가능 공인노무사 등 전문가로부터 조력을 받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