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 예산 '홍보물 제작에 펑펑'
상태바
조류독감 예산 '홍보물 제작에 펑펑'
  • 권민경 기자
  • 승인 2005.10.1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터키상륙...인체간 전염 가능 '한국도 안전권 아니다'
터키에서 발생한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인체에 치명적인 H5N1형으로 확인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조류독감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이종욱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여러 가지 정황을 볼 때 조류독감이 사람 간에 전파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 경우 정치. 경제, 사회적 파급 효과가 너무나 클 것” 이라고 경고했다. 또 “이번 조류독감은 사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 며 “사스파동으로 전 세계에서 700명이 사망했는데, 이번 조류독감은 아무리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수백 만 명이 걸리게 될 것” 이라고 지적했다. UN에서는 조류독감이 인체감염 시 최대 1억 5천만의 인명피해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에서도 지난 14일을 기해 조류독감 경보를 발령하고, 예방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닭 사육농가들은 밤잠을 못 이루고 다가올 위협에 한숨만 내쉬고 있는 상황이다.그런데 정작 국민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질병관리본부가 치료제확보를 위한 예산을 엉뚱한 곳에 쓰고 있닫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각국에서 조류독감의 유일한 치료제인 ‘타미플루’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 정부당국의 이런 안일한 대응에 비난이 일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치료제구입예산으로 간판제작
전재희 의원 “세계 물량확보 전쟁, 한국만 딴 짓”

“부실한 사업진행에 예산까지 부풀려 집행”

지난 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전재희 의원은 “질병관리본부는 9월 6일, 현재 유일한 조류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항생제)의 2005년도 구매예산 65억원의 미집행 잔액 15억 중 5억만을 추가 구매예산으로 배정하고, 10억원은 간판제작, 홍보물 제작”등에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조류독감 치료제 비축강화를 선언한 이 시점에 치료제 구매예산 가운데 미 집행액 중 1/3만 추가구매에 쓰고, 나머지는 간판제작비, 홍보비, 일반 인플루엔자 백신 등의 구입에 쓴다는 것은 국민의 건강을 돌보지 않는 처사” 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조류독감은 현재 백신이 없고, 타미플루라는 항생제가 유일한 예방, 치료제다. 현재 한국의 비축량은 70만 명 분(인구 4천 8백만명의 1.4%/ WHO 권장 비축량은 150만명분), 미국은 240만 명 분을 확보하고 있는데, 지난 9월 29일 미 상원은 타미플루 등 항바이러스 약품 구매비 30억 8천만 달러가 포함된 조류독감 관련예산 39억 달러를 승인한 바 있다. 이것으로 조만간 2000만 명 분을 확보할 계획이다. 부시 대통령은 또한 추가로 60~100억 달러의 예산을 의회에 신청할 예정이고 지난 10월 7일에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 아벤티스,와이어스 등 주요 백신 제조업체들을 불러 조류독감 유행에 대비해 백신대량생산 체제를 갖추라고 독려한 바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국의 이런 대량 비축이 아시아 국가의 구매에 어려움으로 작용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전 의원의 설명에 따르면 조류독감 백신은 미리 대량생산할 수 없는데, 이는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키면 생산해 놓은 백신이 무력화되기 때문이다. 인체감염이 대량으로 발생할 때 그 바이러스를 분석해 백신을 그때부터 대량생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미국 내 수요를 충족하기도 부족한 상황에, 우리나라는 백신을 공급받기 힘들 것이라는 게 전 의원의 주장이다. 전 의원은 “현 상황에서는 타미플루 비축이 최선의 방책이다. 딴 데서 돈을 끌어와서 추가비축을 해도 모자랄 판에 구매예산을 딴 용도를 쓰다니 무슨 생각인갚 라며 “추가비축이 그리 급하지 않다는 것인지 아니면, 간판제작이나 일반 인플루엔자 백신 구입이 더 급하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고 꼬집었다더욱이 전 의원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는 원래 올 상반기까지 100만명 분을 비축하기로 계획했는데 70만명 분만 예산을 책정했다. 타미플루 비축은 지난해 2월 보건복지부 장관이 결재한 ‘신종 인플루엔자 대유행 대비 및 대응 기본계획’에 의해 추진됐다. 이 기본계획의 실시계획으로 질병관리본부가 2004년 4월에 작성한 ‘항바이러스제제 비축관리 계획’에도 올 상반기까지 100만명 분의 타미플루를 확보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전 의원은 “이 계획대로, 2004년도에는 50만명분 5백만 캅셀이 개당 2,500원으로 125억원이 예비비로 반영되었다” 고 설명했다. 그러나 “올해에는 예산이 대폭 삭감되어 20만명분 2백만 캅셀이 개당 3,250원으로 65억원만 예산에 반영되었다”며 “금년 구매량이 50만명 분에서 20만명 분으로 축소되었음” 을 지적했다.

이어 전 의원은 “‘예비비’로 125억원의 예산이 편성됐지만 물량의 실질적인 비축은 2004년 12월 20일 15만명분, 2005년 1월 19일 35만명분이 이루어졌음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질병관리본부장은 지난 7일 MBC와의 인터뷰에서 ‘타미플루가 비싸서 예산을 충분히 배정할 수 없었다’ 는 식으로 말했다” 며 “예비비로 긴급히 수행하는 사업이 해를 넘겨 비축이 이루어지자, 2005년 예산편성시점에서 사업부진을 문제 삼아 예산당국이 깍은 것” 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부실한 사업집행도 모자라 예산 뻥튀기

전 의원은 질병관리본부의 예산책정에도 강한 의혹을 제기하며 “타미플루 사업을 분석해 보면, 2005년도 구매물량 20만명분(2백만 캅셀)을 다 구매했는데도 왜 65억 중 15억이 남았냐” 고 지적했다. 전 의원 설명에 따르면 2004년도 구매단가는 캅셀당 2천477원, 2005년도 단가역시 이와 동일했다.

그러나 2005년 예산 신청시 구매단가가 캅셀당 2천5백원에서 3천250원으로 30% 오를 것이라고 하여 반영시켰는데 실제 구매는 04년도와 마찬가지로 2천477원에 이루어졌다.
타미플루는 다국적 제약회사 로슈가 전세계 독점생산하는 품목으로 2004년 7월 계약 체결 당시 향후 추가 구매시 판매가가 얼마인지에 대해 충분히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전 의원은 주장했다.

또 “로슈가 앞으로는 캅셀당 판매가를 3천250원으로 30%올리겠다고 했다면 2005년 구매가가 최소한 2,477원보다는 높아졌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이는 전형적인 예산 부풀리기” 라며 “2005년도 구매물량이 사업추진 불량을 이유로 대폭 삭감되자 대신 단가를 올려서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하려 했던 것” 이라고 주장했다.

결론적으로, 질병관리본부는 사업추진을 못해 올해까지 100만명분을 확보하도록 한 비축목표도 달성하지 못했고, 단가를 부풀려 예산을 더 타내고도 남을 잔액을 조류독감 추가구매에 사용하지 않고 '간판제작', '외부협찬 등' 홍보사업에 쓰기로 한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