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사업 진두지휘…그린 에너지 전환
사내 소통 적극…"전동화, 대세이자 미래"
매일일보 = 최은서 기자 |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겸 SK온 대표는 SK그룹의 대표적인 미래 성장동력인 배터리 사업의 수장이다. 오너 일가임에도 전문경영인으로서 존재감이 강하며 활발한 현장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찌감치 배터리 사업에 주목해온 최 수석부회장은 케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경쟁력을 갖추는 시기로 삼고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최 수석부회장은 최태원 회장의 3살 터울 친동생이다. 1963년생으로 신일고등학교와 미국 브라운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학교 대학원에서 재료공학,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SK그룹에는 1996년 SKC 사업기획실 실장 겸 해외사업 담당으로 합류했다. 이후 SKC 경영지원본부 본부장, SK텔레콤 전략지원부문 부문장(부사장), SK E&S 부회장, SK그룹 글로벌위원회 위원장, SK텔레콤 이사회 의장 등을 거쳐 SK그룹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다.
SK그룹에서는 글로벌 전략을 진두지휘해 왔다. 활발하고 사교적인 성격으로 글로벌 네트워킹이 뛰어나고 전략기획 감각도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SK 입사 전 일본계 증권회사에서 채권 판매 및 주식거래 업무를 경험한 바 있어 데이터에도 밝다.
최 수석부회장은 SK그룹의 주력 사업 중 하나인 에너지 사업의 그린 에너지로의 전환을 이끌고 있다. 2000년대 SK E&S 부회장에 취임한 뒤 SK가스 대표이사를 겸임했다. 글로벌 전략가로서 SK그룹의 에너지 사업을 해외시장으로 확대한 공로도 인정받는다. 2008년, 2009년 대통령 해외순방에 동행해 민간자원 외교활동에도 나섰다.
'험지(險地)경영'도 불사하는 최 수석부회장의 '방탄복 투혼' 일화는 유명하다. 2009년 하루 사망자가 600명에 이를 정도로 테러가 빈발하던 이라크를 직접 방문한 일이다. 이라크 중앙정부가 이라크 전쟁 이후 SK가 2007년 쿠르드 자치지구와 유전개발 계약을 했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원유 공급을 중단하자 최 수석부회장이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선 것이다.
최 수석부회장은 방탄복을 입은 채 이라크 석유부를 방문하고 전쟁으로 파괴된 정유공장을 찾아갔다. 이를 계기로 이라크 실력자로 알려진 알 샤리스타니 부총리를 만나 원유공급 약속을 받아냈다. 그 결과 SK는 원유 수입을 재개하고 유전개발사업 입찰 자격도 회복했다. SK그룹의 장학·학술재단인 한국고등교육재단과 이라크의 명문 바그다드 대학의 학술 교류로도 이어졌다.
SK그룹이 배터리 연구개발(R&D)을 본격화한 2010년 이후부터는 배터리 사업의 개척자로 나섰다. 2010년 9월 SK에너지의 배터리를 탑재한 국내 최초 고속전기차 ‘블루온’ 시승행사에선 직접 운전하기도 했다.
최 수석부회장은 2021년 10월 SK온 출범과 함께 SK온 수석부회장에 취임했다. 자신이 앞장 서 키워온 배터리 사업을 직접 책임지고 이끌게 된 것이다.
SK온은 출범 2년 만에 글로벌 생산능력과 국내 고용 인원이 각각 2배로 성장했다. 세계 최대 가전·IT박람회인 CES와 에디슨어워즈 등 각종 글로벌 어워드에서 수상하며 기술력도 인정받고 있다. 다만 SK온은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적자 구간을 벗어나지는 못한 상태다.
SK온 출범 후 매년 타운홀 미팅을 주최하는 등 소통에 적극적인 최 수석부회장은 이같은 상황 속 구성원의 단합된 힘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타운홀 미팅에서 그는 "SK온은 빠르게 성장하는 배터리 산업에서도 가장 빨리 크고 있는 기업"이라며 "지금 당장은 힘들어도 서로를 믿으며 다 같이 한 방향으로 열심히 노를 젓자"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지난달 타운홀 미팅에서는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당부했다. 최 수석부회장은 "전동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자, 정해진 미래"라며 배터리 사업의 성공을 자신했다. 이어 "통상 제조업은 첫 5년은 손해가 나기 마련"이라며 "SK온은 그 시기를 이겨내고 성공하는 극소수 기업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