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1년 전 대표 사퇴' 예외 당헌개정 추진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수사외압 의혹 특검법안(채 상병 특검법)'과 전세사기특별법 등에 거부권(재의요구권)을 잇달아 행사하자 더불어민주당이 "헌법 위반"이라며 연일 '대통령 탄핵'을 언급하고 있다.
여기에 민주당이 대통령 탄핵 등 비상 상황으로 치러지는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당헌·당규 개정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탄핵 정국' 군불 때기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22대 국회 개원 첫날인 30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통과된 전세사기특별법, 민주유공자법 등 4개의 법안에 대해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했다"며 "정말 비겁하고 쪼잔한 정권이다. 이쯤 되면 막가자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오만과 불통으로 점철된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국회의 입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삼권분립의 정신을 위협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헌법이 부여한 거부권 권한마저 사유화한 대통령의 책임을 분명하게 묻겠다"고 경고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실이 여야가 합의하지 않은 법안은 거부권 행사를 원칙으로 한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명백하게 헌법 위반"이라며 "여야 합의가 아니면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건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다수결 원칙을 부정하는 것이다.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채 상병 특검법이 재표결에서 부결된 후 연일 '탄핵'을 거론하며 윤 대통령에 대한 압박 수위를 올리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로 채 상병 순직 수사와 관련해 당시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의 통화 내역이 알려지는 등 윤 대통령 본인의 개입 의혹이 짙어지면서 거부권 행사가 사실상 '권력 사유화'라는 논리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전날 "대통령은 왜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전화했을까.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 때 태블릿PC는 박근혜 탄핵의 스모킹 건이자 트리거(방아쇠)였다"며 "해병대원 수사 외압 사건은 노골적인 수사 방해이자 사법농단, 국정농단, 권력 사유화임이 분명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근혜 정권 탄핵 때 태블릿PC처럼 윤석열 정권 탄핵의 스모킹 건이자 트리거가 될 것인지 온 국민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탄핵 열차가 기적소리를 울리고 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대통령 탄핵 등 비상 상황으로 치러지는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당헌·당규 개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실제 윤 대통령의 탄핵을 고려한 사전 작업이 아니냐는 해석에 힘을 실었다.
현행 당헌은 당 대표가 대선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1년 전까지 사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과 같은 변수가 발생해 치러지는 조기 대선에는 당 대표의 출마가 불가능하다.
개정안은 여기에 예외 조항을 신설해 대통령 탄핵 시점의 당 대표도 대선 출마 길을 열어 주겠다는 것이다. 만일 당헌·당규가 바뀌고 이 대표가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연임한 후 대표직에 있을 때 윤 대통령의 탄핵이 이뤄지면 이 대표의 대선 출마가 가능해진다.
여당은 야당의 탄핵 공세에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유력한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로 꼽히는 나경원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앞으로 다시는 역사상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대통령 탄핵"이라며 "대통령은 내란, 외환의 죄가 없으면 형사상 소추도 안 하게 돼 있다. 탄핵도 그 정도의 형사상 잘못이 있어야 된다. 야당이 탄핵을 입버릇처럼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헌법기관으로서의 기본적인 자질이 없는 태도"라고도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