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정치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일극체제'로 거듭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당헌·당규 TF가 당원권 강화 및 당대표의 대선 출마 시 1년 전 사퇴 규정을 폐지할 것을 제안한 것이 실제 시행되면 이 대표의 당 장악력은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당내 일각에서는 민주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2일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친명(친이재명)' 성향의 당내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혁신회의)'의 전국대회에 참석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행사에서 "지난 4·10 총선에서 민주당이 175석을 얻은 것은 당원분들의 헌신이 있기에 가능했다"며 "그 결과 이어진 공천개혁과 혁신 과정에서 효능감을 느끼고 있다"고 발언했다.
당을 대표하는 원내대표가 특정 계파의 모임에 참석하는 것은 이례적이지만, 이 대표에 대한 '충성 증명'이 곧 당내에서의 발언권 강화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혁신회의 참석은 민주당 정치인들의 '필수코스'가 됐다는 후문이다.
실제 이날 행사에는 박 원내대표 외에도 이학영 국회 부의장 내정자, 정청래 최고위원을 비롯한 10여 명의 의원들이 총출동했다. 지난 국회의장 선출 직전에도 의장 후보들이 혁신회의 행사를 방문해 유세를 하는 풍경이 빚어지기도 했다.
혁신회의 자체의 영향력도 상당하다. 지난 총선에서 출마한 혁신회의 회원 중 무려 50명이 최종 공천을 받았고, 혁신회의 상임의장인 김우영 은평을 당선자를 비롯해 이중 31명이 당선돼 현재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혁신회의 출마자 중 10여명은 총선 당시 이재명 대표가 직접 후원회장을 맡으면서 친명 조직으로 '공증' 되기도 했다.
이처럼 이 대표의 위세가 관련 조직의 위상까지 높이고 있는 가운데, 이 대표의 '연임'은 확실시 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당대표나 최고위원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출마 1년 전 대표직이나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는 규정을 바꾸는 방안 등이 담긴 당헌·당규 개정 시안을 의원들에게 배포했다.
민주당은 이같은 개정의 이유로 차기 지도부의 임기가 오는 8월부터 2026년 8월까지인 상황에서, 2027년 3월 대선에 출마하는 당대표 또는 최고위원이 현행 당헌·당규에 따를 시 2026년 3월까지 사퇴해야 해 지도부 공백이 생길 수 있음을 염려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이 대표의 연임과 대선 출마를 염두한 개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 시안에는 부정·부패 연루자의 당내 직무정지 규정과 함께 민주당 귀책으로 인한 재보궐 선거가 발생할 때 무공천을 한다는 규정도 삭제됐다. 민주당은 "검찰 독재 하에서 중대한 잘못이 아닐 경우에도 재보궐이 발생해 공천 및 선거 과정에서 끊임없이 불필요한 비판에 놓이는 현실을 타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개정 이유로 설명했다.
한편 이 같은 민주당의 행보에 당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일부 친명계 의원들도 이 대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은 이재명 '맞춤식' 당헌·당규 개정에 대해 "이런 식으로 위에서 정해놓고 하달하듯 하면 안 된다"며 이 대표에게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또 다른 의원도 "개인 의원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며 일방적인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토의 필요성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