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삼성전자 첫 파업 임박…반도체팹 가동 중단 위기
상태바
[기획]삼성전자 첫 파업 임박…반도체팹 가동 중단 위기
  • 김명현 기자
  • 승인 2024.06.04 14: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DS 부문 중심 전삼노, 창사이래 첫 파업 선언에 ‘긴장’
한종희 “가용 수단 동원해 경영 생산차질 최소화할 것”
대외 신뢰도 하락 등 시장 경쟁력 악영향 우려 고조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파업 선언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삼성전자가 첫 파업을 목전에 두고 위기감이 짙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노조 리스크'는 반도체 라인 가동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더욱 엄중한 사안으로 지적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020년 '무노조 경영'을 공식 폐기한 이후 처음으로 노조 파업에 직면하고 있다. 앞서 2022년과 지난해에도 임금 교섭이 결렬되자 노조가 쟁의권을 확보했지만 실제 파업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사내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는 지난달 29일 파업을 전격 선언하며 긴장 수위를 높였다. 오는 7일 집단 연차를 내겠다는 방침으로, 오는 6일이 현충일인 것을 감안하면 이틀 연속 휴무를 낸다는 것이다. 현재 전삼노 조합원 수는 약 2만8400명으로, 삼성전자 직원(약 12만5000명)의 약 22% 수준이다. 지난해 말 9000명 정도에서 반년 만에 3배 이상 늘었다. 해당 조합원 중 대부분은 반도체(DS) 소속이다. 전삼노의 파업이 심화할 경우 반도체 생산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배경이다. 앞서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노조 파업 우려에 대해 "노조가 파업하면 노동관계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경영 생산 차질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사측이 지난해 DS 적자로 소속 직원에게 성과급을 지급하지 못한 점이 노조 가입률 폭증과 파업 선언의 트리거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삼노는 직원 성과급과 대비되는 임원들의 성과급을 지적하며, 영업이익 기준의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지난달 파업 선언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임금 1~2% 인상이 아니다. 일한 만큼 공정하게 지급하라는 것"이라며 "LG와 SK하이닉스처럼 영업이익 기준으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성과급을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경제적부가가치(EVA) 기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
우려를 더하는 부분은 노조가 행동력을 강화를 시사한 점이다. 전삼노 측은 "아직은 소극적인 파업으로 볼 수 있지만, 단계를 밟아나가겠다"면서 "총파업까지 갈 수 있고, 파업이 실패할 수도 있지만 1호 파업 행동 자체가 의미 있다"고 밝혔다. 이는 7일 단체 연차 사용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쟁의 돌입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장 전삼노는 지난달 29일부터 서초사옥 버스 농성을 개시했다. 지난달 17일에는 화성사업장 부품연구동, 지난 24일 서초사옥 앞에서 각각 집회를 열었다. 현재로선 이번 파업의 영향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파업 여파로 반도체 공정이 잠깐이라도 멈춘다면 막대한 손실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예로 삼성전자 평택사업장에서 지난 2018년 발생한 28분간의 정전은 약 500억원의 피해를 발생시켰다. 완전 복구에는 2~3일가량 소요됐다. 또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반도체 공장 특성상 '셧다운'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만으로도 대외 신뢰도 하락 등 제품 경쟁력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지적이다. 한편으론 기존에도 해당일에 휴가를 내려던 직원이 많아 생산차질 우려는 과도하다는 의견들도 나온다. 한편 삼성전자 노사는 올 1월부터 교섭을 이어왔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후 전삼노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중지 결정, 조합원 찬반투표 등을 거쳐 쟁의권을 확보했다. 최근 8차 본교섭에선 노조가 요구한 사측 인사 2명의 교섭 배제 등을 놓고 의견이 충돌하면서 또 한 번 파행했다. 전삼노 측은 6.5% 임금인상률, 유급휴가 1일 추가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사측은 노사협의회를 통해 올해 평균 임금인상률을 5.1%(기본 인상률 3.0%+성과 인상률 2.1%)로 결정했다.


좌우명 : 내일 지구가 멸망할지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