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폐지” vs 야당 “합의대로 시행”
매일일보 = 서효문 기자 |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 폐지 청원이 한 달만에 약 6만5000명의 동의를 끌어낸 가운데 여야간 의견이 엇갈리면서 다음 달 국회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금투세는 주식과 같은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해 5000만원 이상 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20%(3억원 이상 25%)를 과세한다. 여야 합의에 따르면 내년부터 해당 제도가 시행된다.
16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따르면 ‘금투세 전면 폐지에 관한 청원’에 6만4851명(6월 14일 기준)이 동의했다. 국회 청원은 30일 동안 5만명 이상 동의를 받으면 소관위원회 심사 대상이 된다. 현재 상황이면 소관위인 기획재정위원회로 회부돼 청원 심사를 받는다.
해당 청원인 김모씨는 “금투세가 기관과 법인에게 개인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중과세방지 조약에 의해 금투세를 부과하지 않는 점에 대해서 어떠한 입장도 표명하지 않고 그저 기계적으로 부자 감세라는 말을 하고 있다”며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논리로 조세형평성을 주장하시려면 외국인과 기관, 법인에 똑같은 세율을 적용해야 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는 역차별”이라며 청원 이유를 설명했다.
이처럼 금투세 폐지에 대한 여론이 적지 않음에 따라 정부는 해당 내용을 다음 달 ‘세법 개정안’ 발표 때 소득세법 개정안에 포함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금투세를 폐지하지 않으면 국내 증시에서 많은 규모의 자금이 이탈, 1400만명 개인투자자들에게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며 “국회에 강력한 협의를 요청하고 특히 야당의 협조를 구할 예정”이라고 말한 만큼 정부의 금투세 폐지 의지는 굳건하다.
여당 역시 이런 정부의 행보와 궤를 같이한다. 국민의 힘은 22대 국회 1호 당론 법안으로 금투세 폐지 등을 담은 ‘민생공감 531법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금투세는 폐지하되 현행 주식 양도세 체계를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 12일 금투세 폐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납입한도 상향 등을 골자로 한 패키지 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국민의힘 재정세제개편특별위원장인 송언석 의원과 박대출 의원은 이날 국회 의안과에 이 같은 애용의 소득세법·조세특례제한법·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해당 법안에는 국민의힘 소속 의원 108명 전원이 서명했다.
박대출 의원은 "금투세 폐지와 ISA 법안은 21대 국회에서 내가 제출했지만, 아쉽게도 처리되지 못하고 폐기됐다"며 "22대 국회서는 반드시 처리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22대 국회 과반을 차지하는 야당이 금투세 폐지에 반대하고 있는 점이다. 당초 취지대로 해당 세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투세는 과거 여야 합의가 한 차례 이뤄진 만큼 시행해야 한다는 것. 세수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야당의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 “금투세 폐지는 부자들에게 세금을 걷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경제 위기 상황에서 부자 감세로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키고 소득 격차만 더 늘리는 조세 정책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며 금투세 시행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한편, 개미투자자들은 해당 제도 시행에 대해 조속한 결론을 낼 것을 촉구 중이다. 불확실성을 줄여 시장에 미칠 여파를 완화한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개인투자자 주식단체 한국투자연합회는 “늦어도 8월까지는 여야 합의를 통해 금투세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