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시중은행의 해외법인 순이익이 연간 1조원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5대 은행의 전체 순이익이 14조원을 웃돈 것과 비교하면 글로벌 부문의 실적 기여도가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글로벌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으나, 실적 면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모습이다.
국내 시장에서 고금리 장기화 덕분에 막대한 이자 이익을 거둔 은행들이 정작 해외 시장에 나가선 고금리 탓에 힘을 쓰지 못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해외 종속기업(자회사) 지분 순이익은 총 8940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KB국민은행은 중국, 미얀마, 캄보디아 등 3개국에서 각 지분 100%를 보유한 4개 자회사를 통해 지난해 1499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의 부코핀은행(올해 KB뱅크로 사명 변경)에서만 1733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얻어 실적을 깎아 먹었다.
이와 관련,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건전성이 악화하고 시장금리가 급등하면서 순이자수익이 감소했다"며 "올해부터 적자 폭이 개선될 전망"이라며 "다음 달 차세대 전산시스템 개설로 수익성이 높은 리테일과 중소기업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된다"고 덧붙였다.
NH농협은행은 농협파이낸스캄보디아와 농협파이낸스미얀마 등 자회사 2곳에서 지난해 각 32억원의 순손실과 13억원의 순이익을 내 전체적으로 총 1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우리은행은 4520억원에서 3320억원으로 순이익이 뒷걸음쳤다. 반면 신한은행은 2022년 4270억원에서 지난해 4820억원으로 순이익을 키웠다. 5대 은행 해외 자회사 순이익의 절반 이상에 해당한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도 320억원 순손실에서 1050억원 순이익으로 흑자 전환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저금리 때 나간 대출이 고금리 상황에서 부실 채권으로 돌아오면서 해외 점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시중은행들은 해외 네트워크도 지속해서 확장하고 있다. 각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지난해 말 본사 직영의 해외 지점 수는 총 62개로 2019년 말의 56개보다 10% 남짓 증가했다. 지난 5년 동안 KB국민은행이 8개에서 9개로, 하나은행이 18개에서 19개로, NH농협은행이 2개에서 6개로 늘었고,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각 14개를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