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해외사업 앞다퉈 늘렸는데…고금리 장기화에 수익성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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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해외사업 앞다퉈 늘렸는데…고금리 장기화에 수익성 악화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4.06.17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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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銀 해외직원 2500명…현지 네트워크 1265개 달해
고금리에 부실 직격탄...인니·중국 등 주요 거점 흔들
국내 시중은행들이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고금리 장기화 탓에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은 5대 은행 본사 전경. 사진=각 사
국내 시중은행들이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고금리 장기화 탓에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은 5대 은행 본사 전경. 사진=각 사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국내 주요 은행들이 해외 영토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고금리가 장기화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주요 거점으로 삼았던 국가에서 잇따라 순손실이 발생하며 글로벌 포트폴리오 재정비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5대 은행 해외 임직원 수는 2465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은행의 해외 임직원 수는 2019년 말 2003명, 2020년 말 2072명, 2021년 말 2124명, 2022년 말 2299명 등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은행별로 신한은행이 지난해 말 789명으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하나은행이 731명, 우리은행이 556명, KB국민은행이 270명 등이었다. NH농협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 119명으로 5대 은행 중에서는 가장 적었으나, 2019년 말 57명에서 2배 넘게 늘어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각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지난해 말 본사 직영의 해외 지점 수는 총 62개로 2019년 말의 56개보다 10% 남짓 증가했다. 지난 5년 동안 KB국민은행이 8개에서 9개로, 하나은행이 18개에서 19개로, NH농협은행이 2개에서 6개로 늘었고,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각 14개를 유지했다. 지점과 사무소, 출장소를 비롯해 현지 법인과 지점을 다 포함한 전체 해외 네트워크 수는 지난해 말 1265개로 훨씬 많았다. 5년 전의 852개보다 50%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이처럼 은행들이 해외 네트워크를 지속해서 확장하고 있지만 성과가 미미하다는 게 문제다. 특히 주요 거점으로 삼았던 국가들에서 순이익이 뒷걸음질 치며 전체 실적을 깎아먹고 있다. 무엇보다 동남아 전초기지로 여겨졌던 인도네시아의 실적 부진이 뼈아프다. 인도네시아는 4대 시중은행이 앞다퉈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동남아 지역의 주요 거점이다. 3억명에 육박하는 세계 4위의 인구 대국인 데다 성장 잠재력이 높아 투자 매력도가 높은 시장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현대차 등 국내 대기업들도 투자를 늘리고 있어, 이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은행들이 놓칠 수 없는 시장이기도 하다. 변수는 금리다. 당분간 금리 직격탄에 은행들의 실적 부진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우리은행 인도네시아 법인도 ‘우리소다라은행’의 1분기 순이익은 142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190억원) 대비 25.3% 감소했다. 하나은행의 인도네시아 법인의 순이익도 지난해 1분기 115억원에서 올해 1분기 98억원으로 14.8% 줄었다. 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인 ‘KB부코핀’은 적자 폭이 확대됐다. KB부코핀의 순손실은 336억원에서 688억원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2020년 국민은행이 최대주주로 오른 KB부코핀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부실 여신 증가 여파에 2022년 1조원, 지난해 2600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캐시카우(수익원)’로 떠오르던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은행들이 부진한 실적을 낸 이유는 기준금리 상승으로 자금 조달 비용이 늘었기 때문이다. 해외 법인은 주로 외화 채권 등을 발행해 현지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데, 인도네시아의 기준금리가 올라 돈을 빌리는 데 더 큰 비용이 들게 돼 이익이 줄어든 것이다.  중국법인의 실적 부진도 직격탄이 되고 있다. 4대 시중은행 중국법인들의 지난 1분기말 기준 당기순이익 합은 192억원으로 전년(725억원)에 견줘 73.5% 줄었다.  중국 경기 부진의 영향으로 국내외 기업의 투자가 급감한 영향으로도 풀이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이 중국에 직접투자한 금액은 전년 대비 약 78% 줄어든 18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4대은행 중국법인들의 실적 감소세는 2020년 이후 지속된다. 2020년말 기준 1234억원이던 당기순이익이 2021년 980억원으로 줄었고 2022년에는 16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23년에는 당기순이익이 1083억원이었는데 일시적인 증가라는 게 은행권의 공통된 평가다. 은행권은 한동안 중국 경제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건전성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재구성에 나섰다.  특히 국내 은행들이 해외에서 과감하게 인수하거나 거액을 투자한 현지 법인들의 실적이 미미한 편이다. 적자를 기록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이 거느린 해외 종속기업(자회사)의 지난해 '지배기업 지분 순이익'은 총 8940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은 각각 적자를 냈다. 이 중 KB국민은행은 중국, 미얀마, 캄보디아 등 3개국에서 각 지분 100%를 보유한 4개 자회사를 통해 지난해 1499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의 부코핀은행(올해 KB뱅크로 사명 변경)에서만 1733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얻어 실적을 깎아 먹었다. 후발주자인 NH농협은행은 농협파이낸스캄보디아와 농협파이낸스미얀마 등 자회사 2곳에서 지난해 각 32억원의 순손실과 13억원의 순이익을 내 전체적으로 총 1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저금리 때 나간 대출이 고금리 상황에서 부실 채권으로 돌아오면서 해외 점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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