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누군가 당신의 '영업비밀'을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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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누군가 당신의 '영업비밀'을 노리고 있다
  • 손인호 변리사
  • 승인 2024.06.20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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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인호 변리사('스타트업 특허 바이블' 저자)
손인호 변리사('스타트업 특허 바이블' 저자)

손인호 변리사  |  기업의 세계에서는 '영업비밀'이라고 불리는 것이 있다. 사업 과정에서 기술이나 경영상의 노하우가 쌓이게 되면, 그 자체로 경제적인 가치를 가지게 되기 때문에 중요한 자산이 된다. 지식재산의 일종이다. 

'영업비밀'은 기업의 영업 과정에서 탄생하여 비밀로 관리되는 정보를 뜻한다. 수년간의 연구 개발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나, 실패의 경험치도 충분히 값진 가치를 가지기 때문에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에게는 영업비밀 관리가 반드시 수반된다. 신제품 개발에서 떠오른 다양한 아이디어들이나, 제품에 반영되지 않은 산재된 생각들도 시행착오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내가 수년간 고심하고 연구한 결과물이 문서 한 장에 담겨 있다고 한다면, 그 문서 하나는 10년의 인건비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 누군가 새롭게 창업을 한다면, 그 시간과 노력의 가치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문서 한 장으로 기술 격차를 좁히거나, 연구개발비를 아낄 수 있다.   다른 기업의 동향을 알아보고자 하는 기업 스파이가 호시탐탐 영업비밀을 노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도면 하나, 문서 한 장이 유출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기술력을 공고히 하고 있던 기업에게는 치명상이 될 수도 있다. 기업이 가진 기술은 찰나의 순간에 '영업비밀' 사냥꾼의 먹이가 될 수 있다.  '영업비밀'은 다른 지식재산과 달리 조금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최근 국회에서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의 기술 유출로 인한 피해를 보고하기 위해 뜨겁게 논의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혹자는 말한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이다"라고. 창조를 위해서는 모방이 필요하다고 한다. 갓 태어난 아이도 엄마와 아빠의 행동을 따라 하며, 언어와 걸음마를 배우고, 자신의 정체성을 키워 나간다. 초보 작가는 유명 작가의 책을 필사하며 필력을 키운다. 지금도 많은 디자이너가 애플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의 디자인을 분석하여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기도 한다.  ​그런데, '영업비밀 침해'는 모방이나 벤치마킹과는 조금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비밀로 관리하는 정보는 그 비밀의 가치를 숭고히 여겨줄 필요가 있다. 의도적으로 비밀로 관리한 '비밀 보유자'의 이익을 지켜주는 것이다. 
임상 3상 승인을 앞두고 있는 제약기업의 내부 이메일이라던지, 해외 사모펀드로부터 거액의 신규 투자 소식까지 모두 영업비밀로 인정될 수 있다. 신제품의 설계 사항을 담은 도면이라던지, 음식 레시피까지 모두 고유한 지식재산으로서 영업비밀로 보호받을 수 있다.  '영업비밀'은 세 가지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비공지성, 경제적 유용성, 비밀관리성이라는 세 가지 요건을 만족하는 정보가 영업비밀로서 법적인 보호 대상이 된다.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한 정보일 것(비공지성),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정보일 것(경제적 유용성), 비밀로 관리된 정보일 것(비밀관리성) 등이다.  ​이 세 가지 요건을 모두 만족하는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가 영업비밀로서 인정되고, 그 기준이 엄격한 만큼 '영업비밀'을 침해한 사람에게는 민사와 형사 책임을 모두 물을 수 있다.  "너만 알아야 해"와 같이 우리 사이의 비밀은 영원하지 못한다. 누군가 외부로 발설하면 더 이상 비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영업비밀도 마찬가지이다. 외부에 공공연히 알려지게 된다면 영업비밀로서 가치가 사라지게 된다. 이 부분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  특허를 획득하게 된다는 의미는 그 발명을 반드시 사회에 공개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발명을 공개한 대가로 그 발명을 독점적으로 사용할 권한을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영리한 발명자는 일부 발명은 특허로, 일부 핵심 발명은 노하우로서 영업비밀로 보호하는 전략적 선택한다. 기술의 지도 속에서 금광을 캐내고, 그 핵심 기술을 영업비밀로 보호함으로써 후발 주자와 격차를 벌릴 수 있다. 

​내가 가진 영업비밀을 잘 지키는 것도 하나의 임무이다. 그 불가능해보이는 미션을 달성하는 기업이 최후의 승자로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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