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인호 변리사 | 기업의 세계에서는 '영업비밀'이라고 불리는 것이 있다. 사업 과정에서 기술이나 경영상의 노하우가 쌓이게 되면, 그 자체로 경제적인 가치를 가지게 되기 때문에 중요한 자산이 된다. 지식재산의 일종이다.
'영업비밀'은 기업의 영업 과정에서 탄생하여 비밀로 관리되는 정보를 뜻한다. 수년간의 연구 개발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나, 실패의 경험치도 충분히 값진 가치를 가지기 때문에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에게는 영업비밀 관리가 반드시 수반된다. 신제품 개발에서 떠오른 다양한 아이디어들이나, 제품에 반영되지 않은 산재된 생각들도 시행착오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내가 수년간 고심하고 연구한 결과물이 문서 한 장에 담겨 있다고 한다면, 그 문서 하나는 10년의 인건비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 누군가 새롭게 창업을 한다면, 그 시간과 노력의 가치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문서 한 장으로 기술 격차를 좁히거나, 연구개발비를 아낄 수 있다. 다른 기업의 동향을 알아보고자 하는 기업 스파이가 호시탐탐 영업비밀을 노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도면 하나, 문서 한 장이 유출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기술력을 공고히 하고 있던 기업에게는 치명상이 될 수도 있다. 기업이 가진 기술은 찰나의 순간에 '영업비밀' 사냥꾼의 먹이가 될 수 있다. '영업비밀'은 다른 지식재산과 달리 조금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최근 국회에서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의 기술 유출로 인한 피해를 보고하기 위해 뜨겁게 논의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혹자는 말한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이다"라고. 창조를 위해서는 모방이 필요하다고 한다. 갓 태어난 아이도 엄마와 아빠의 행동을 따라 하며, 언어와 걸음마를 배우고, 자신의 정체성을 키워 나간다. 초보 작가는 유명 작가의 책을 필사하며 필력을 키운다. 지금도 많은 디자이너가 애플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의 디자인을 분석하여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기도 한다. 그런데, '영업비밀 침해'는 모방이나 벤치마킹과는 조금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비밀로 관리하는 정보는 그 비밀의 가치를 숭고히 여겨줄 필요가 있다. 의도적으로 비밀로 관리한 '비밀 보유자'의 이익을 지켜주는 것이다.내가 가진 영업비밀을 잘 지키는 것도 하나의 임무이다. 그 불가능해보이는 미션을 달성하는 기업이 최후의 승자로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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