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 주담대 고정형 하단 2%대 후반
대출 규제 적용 연기...“가계에 ‘빚내라’ 주문”
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스트레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적용을 앞두고 가계 대출 수요가 몰린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까지 내리며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정부는 현재 대출 규제 적용을 2달 미루기로 결정했는데, 대출 ‘막차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은행권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담대 혼합형(고정) 금리는 연 2.940~5.445%로 집계됐다. 지난달 3일(연 3.480~5.868%)과 비교해 상단은 0.423%포인트, 하단은 0.540%포인트 각각 내렸다. 혼합형 금리의 지표인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가 같은 기간 3.895%에서 3.454%로 내리면서 이를 근거로 하는 주담대 대출 금리가 덩달아 내렸다.
주담대 금리 하단이 2%대 후반까지 떨어지면서 이달 들어 가계대출 잔액은 4조원 넘게 불어났다. 20일까지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07조6362억원으로 전월(703조2308억원) 대비 4조4054억원 급증했다.
이같은 급증세는 당초 7월 시행키로 예정됐던 스트레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적용을 앞두고 주담대 대출 수요가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현재 2단계 적용을 9월로 2달 미룬 상황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 과정이 진행 중인만큼 시장의 충격을 줄이기 위한 의도로도 볼 수 있다.
다만 수요가 밀려드는 가운데 대출금리까지 내리면서 가계부채에 불을 지폈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스트레스 DSR 2단계 적용마저 미루고 있는 상황을 놓고 일각에서는 정부가 가계에 빚을 늘리도록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최근 대출 증가 원인의 대부분은 담보대출이고 부동산 가격도 코로나19 이전과 거의 비슷한 상황”이라며 “이번 시행 연기는 가계에 두 달 동안 더 빚을 내라고 부추기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가 서민·자영업자 어려움, PF 부실 등을 이유로 들어 시행을 연기했는데 이들이 담보대출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정책 일관성을 떨어뜨리면서 시행 연기의 성과를 따로 보지도 못하는 잘못된 정책"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위원회는 25일 관계기관과 협의를 거쳐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일을 7월 1일에서 9월 1일로 연기하는 내용의 ‘하반기 스트레스 DSR 운용방향’을 발표했다. 2단계가 시작되면 기존 은행권 주담대에만 적용됐던 규제가 은행권 신용대출과 2금융권 주담대로 확대되며 스트레스 금리의 50%가 가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