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화성 배터리공장 대형참사, 위험물 화재 실효적 특단책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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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화성 배터리공장 대형참사, 위험물 화재 실효적 특단책 절실
  •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 승인 2024.06.27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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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매일일보  |  안타깝고 개탄스럽지만 잊을만하면 터지는 경천동지(驚天動地)할 대형참사의 악순환 고리가 끊이질 않고 있어 ‘참사 공화국’이란 오명에 고개를 떨굴 뿐이다. 

지난 6월 24일 참사 오전 10시 31분경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의 일차배터리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사망 23명, 부상 8명(중상 2명, 경상 6명) 등 31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는 1989년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 럭키화학 폭발 사고 당시 사망 16명, 부상 17명을 뛰어넘어 역대 최악의 화학공장 사고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번 참사가 발생한 아리셀 공장은 철근 콘크리트 구조의 3층 건물(연 면적 2,300여㎡)로 리튬(Li │ lithium)로 1차 배터리를 제조·판매하는 곳이다. 주로 스마트그리드(Smart Grid │ 지능형 전력망) 시스템에 쓰이는 ‘스마트미터기’ 등을 제조하는 공장으로 알려졌다. 화재가 난 공장의 리튬 배터리는 대부분 한번 사용한 뒤 재충전 없이 폐기되는 1차 전지로, 2차 전지인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화재 발생 위험은 더 작다.  일반적으로 상온에선 비교적 안전하지만 높은 온도와 높은 압력, 수분과 접촉하면 폭발이 일어나고 다량일 경우 연쇄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화재도 1개의 리튬 전지에서 발생한 불이 2층에 저장 중인 다른 배터리 3만 5,000여 개의 배터리로 옮겨붙으면서 대형 폭발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문제는 리튬 배터리 사용이 일상화하면서 금속화재 위험성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현행 「위험물안전관리법 시행령」 별표 1에서 제2조와 제3조와 관련한 「위험물 및 지정수량」을 제3류(자연발화성 물질 및 금수성 물질 / 4. 알킬리튬 / 10킬로그램)로 분류하고 있을 뿐 현행 「소화기구 및 자동소화장치의 화재안전성능기준(NFPC 101)」에는 금속 화재에 대한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화재 위험성이 적다고 여겨져 ‘일반화학물질’로 분류해 별도의 대응 매뉴얼이나 안전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것이다.  또한 리튬이온 배터리는 재충전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에너지 밀도(0.53g/㎤)가 높고 무게도 가벼우며, 성능이 오래가고 사용하지 않는 때에도 전력 손실이 적다. 전자기기와 전기설비 등에 들어가는데 휴대전화와 노트북, 친환경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차에 사용된다. 리튬 화합물은 유리 성분의 녹는점을 낮추거나 유리나 세라믹 요리 기구의 열저항을 증가시키기 위해 유리와 세라믹 산업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할 때 화재진압이 매우 어려운 점이다. 꺼졌다고 생각해도 재발화하기 쉽기 때문이다. 전기차 1대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3시간이나 물을 부어야 꺼질 정도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는 진화가 어렵고 내부에서 계속 엄청난 열을 발생한다. 게다가 불이 나면 다량의 불산가스(플루오린화 수소 가스 │ Hydrofluoric acid)를 발생하고 다른 배터리까지 연쇄적으로 터지게 하며 전해액과 유독가스로 소방차의 접근조차 어렵게 한다.  현재 시중에는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에 널리 상용화돼 있다.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건에 불과했으나 최근 3년간 전기차 화재는 139건이나 발생해 계속 증가하는 추세로 2021년 24건, 2022년 43건, 2023년 72건이 발생했다. 현장은 ‘펑’하는 폭발음이 한 시간 넘게 이어지며 삽시간에 아비규환(阿鼻叫喚)으로 변했다. 셀 안에 난 불이 옆에 있는 셀로 옮겨붙으며 열이 급속도로 오르는 ‘열 폭주(Thermal runaway)’를 일으킨 것으로 추정된다. 공장 안에는 불꽃이 날리고 유독가스까지 퍼지면서 인명피해가 더 커졌다.  고온, 고압 환경에서 유기용매 기반의 전해액이 양극에서 방출되는 산소와 반응할 경우, 통제 불가능한 수준의 폭발적인 연소반응이 일어나는 ‘열폭주(Thermal runaway)’에 이어 단일 배터리의 ‘열 폭주’ 과정에서 방출되는 매우 높은 열량은 열전달을 통해 주변 배터리로 전파되어 인접한 배터리 온도를 높이고, 추가적인 ‘열 폭주’ 반응을 촉진하게 하는 ‘열 확산(Thermal propagation)’으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참사는 리튬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한 안일함이 최악의 참사로 이어진 것이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Napoleon Bonapart)는 “우리가 어느 날 마주친 재난은 우리가 소홀히 보낸 지난 시간의 보복이다.”라고 말했다. 벤자민 플랭클린(Benjamin Franklin)은 “준비에 실패하는 것은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다(By failing to prepare, you are preparing to fail)”라고 했다.

더구나 아리셀 공장은 샌드위치 패널을 쓴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샌드위치 패널은 얇은 철판 속에 스티로폼, 우레탄 등 단열재를 넣은 건축 자재로 작은 불꽃에도 쉽게 불이 번져 최악의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를 우리는 수도 없이 목격해 왔다. 이렇게 취약한 건조물 안에서 불이 나면 그야말로 속수무책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리튬 전지는 한번 불이 붙으면 순식간에 1천도 이상 온도가 치솟는 ‘열폭주’ 현상이 발생한다. 물이 닿으면 2차 폭발 위험이 있어 일반적인 화재 진압 방식을 활용하기도 어렵다. 또한 재충전이 가능한 2차 전지와 달리 1차 전지는 만충 상태로 보관돼 불이 나면 더 위험하다. 2년 전 카카오 먹통 사태를 초래한 테이터센터 화재도 배터리에서 발생한 사고이다. 

차제에 정부는 배터리 관련 안전기준을 강화하고 관련 산업현장의 안전 교육, 소화 시설, 대피로 등에 관한 설치 기준을 전면 재점검하고 실행력 기반으로 다시 세워야 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관내 산업현장에 대한 실태 파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도 위험물을 취급하는 사업장에서는 취급위험물의 종류와 특성 그리고 안전대책과 진압대책을 소방관서에 사전 신고토록 강제하고 사업장 보기 쉬운 곳에 게첨 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더 이상 참극이 없도록 위험물 화재에 선제 대응할 실효적 특단책이 절실하다. 한편 이번 아리셀 리튬 전지 공장 화재로 목숨을 잃은 대다수가 이주노동자들로 파악됐다. 사망자 23명 중 17명은 중국(조선족) 국적이고, 1명은 라오스인이었다. 위험한 산업 현장에서 대형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이 땅에서 가장 힘없는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들이 희생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의 산업 현장의 위험은 이주노동자들에 전가하는 ‘위험의 이주화’가 도드라지고 있음이 확연한 현실이다. 국내 이주 외국인 노동자 상당수가 한국인이 기피하는 ‘3D(Dirty, Difficult, Dangerous │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직종’과 영세 소규모 업체에 종사하고 있다. 여기에 죽음(Death)까지 더해진 ‘4D 사업장’에서 이주노동자들이 힘들게 일하고 있다. 이번 참극은 하청에 의한 ‘위험의 외주화’를 넘어 저출생으로 생산인구가 부족해지면서 벌어지는 낯익은 일이다.  이번 사고는 이러한 실상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로 뉴욕타임스(NYT)는 “수십년 동안 낮은 출산율을 겪은 한국은 기피 일자리를 채우기 위해 점점 더 이주노동자에게 의존하게 됐다”라고 지적했다. 우리 사회가 위험 업무를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손쉽게 전가시키고 있는 부끄러운 자화상이자 일그러진 민낯이다.  이러한 사회분위기 속에서 당연히 수반돼야 할 안전관리에는 소홀했던 결과가 참극을 불러왔음을 각별 유념해야 한다. 노동자의 생명이 더는 경제논리에 밀려 희생되어선 결단코 안 된다.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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