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이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가 초저가 마케팅과 K-베뉴 활성화라는 투트랙 전략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특히, K-베뉴 입점사 수수료 면제 정책을 앞세워 국내 브랜드와의 접점을 늘려 플랫폼 신뢰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다. 가품, 개인정보 유출, 유해물질 검출 등 각종 논란에 고객 이탈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노력 끝에 반등의 기회를 잡을지 관전포인트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알리는 한국산 상품 판매 채널 K-베뉴 입점사에 대한 수수료 면제 정책을 3개월 연장하는 등 혜택을 강화한다. 알리가 지난해 10월부터 K-베뉴를 본격 운영하면서 내건 입점사 수수료 면제 혜택을 두차례나 연장해 오는 9월까지 진행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알리는 K-베뉴에 등록된 파트너 수가 지난 3월 대비 3배 넘게 늘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K-베뉴에는 CJ제일제당,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애경산업, 롯데칠성음료, 코카콜라음료, 농심(도매 대리점), 참존, 피죤, 한국피앤지 등 국내 인기 유통업체들이 들어섰다.
다만, 오랜 비지니스 네트워크를 구축해온 토종 이커머스와 비교하면 여전히 상품 구색이 빈약하다는 평이 나온다. 이에 향후 수수료 면제 정책을 한차례 더 늘릴지도 관전포인트다. 파격 혜택 기간이 지나면 한국 셀러 이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 관계자는 “한국 업체와 상생을 최우선 목표로 뒀고 특히 중소기업 셀러에게 수수료 면제정책은 효과적인 지원책”이라며 “셀러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적지 않은데 이들과의 상생으로 플랫폼 생태계의 건전성을 확보하고 셀러 경쟁력을 확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국 셀러 유치에 공을 들이는 것은 인기가 점차 사그라들고 있다는 점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가성비 박리다매 판매 전략으로 가파른 성장가도를 달려왔지만, 다양한 품질 문제가 불거지자 경쟁력을 갖춘 한국 브랜드를 앞세워 소비자 신뢰도 회복, 매출 향상 등 실질적인 효과를 창출하기 위한 복안으로 풀이된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알리의 한국 활성 이용자(MAU) 수는 830만명으로 전월 대비 3.4% 감소했다. 앞서 지난 4월에도 이용자가 전달 보다 3.2% 줄었다. 가격 경쟁력에 호기심으로 상품을 구매했다가 품질력에 의구심을 품는 소비자들이 등을 돌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앞서 BC카드가 C커머스의 지난 4월 결제 데이터를 살펴본 결과, 올해 3월 대비 매출액이 40.2% 축소된 것으로 조사됐다.
알리는 K-베뉴 카테고리를 강화하는 동시에 성공 DNA인 초저가 마케팅에도 지속 공을 들이고 있다. 불볕더위가 일찌감치 찾아오면서 이달에만 두차례나 여름 행사를 진행했다. 지난 1~7일 ‘핫썸머 쿨세일’을 전개한 뒤 14~23일 ‘메가 썸머 세일’을 열었다. 해당 행사 모두 최대 할인율만 90%로 직전 봄 행사보다 높은 혜택을 제공한 것이다. 천원마트, 꽁돈대첩 등을 저가 상품을 망라한 기존 행사들도 계속해서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초저가 전략에 위기의식이 커진 토종 이커머스들도 저가 마케팅 맞불을 놓는 등 대비 태세를 갖추는 가운데, 중국 패션 리테일 기업 쉬도 지난 30일 한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면서 C커머스간에도 출혈 경쟁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시가총액 500조원에 달하는 모회사 알리바바가 풍부한 자금력을 활용해 알리의 주춤한 국면을 전환할지에도 시선이 쏠린다. 앞서 알리바바는 앞으로 3년간 11억 달러(약 1조5200억원)를 한국 시장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알리기도 했다. 이 가운데, 2억달러(약 2632억원)를 쏟아부어 연내 국내에 18만㎡(약 5만4450평) 규모 통합물류센터(풀필먼트)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6월은 여름 프로모션이 정기적으로 많은 달”이라며 “7~8월은 아직 모르겠지만 여름 상품 위주로 행사를 실시하는가 하면, K-베뉴 역량을 계속해서 확대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