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올해 7월 들어 날씨만큼 유난히 뜨겁게 달아오르는 게 있어 올 여름이 무척이나 덮 다. 이달 들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 총액이 710조 7,558억 원으로 지난 6월 말 708조 5,723억 원보다 불과 4영업일 만에 0.31%인 2조 1,835억 원이나 급증했다. 게다가 7월 1주 차 서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0.2%를 기록하며 2년 9개월 만에 최대폭 상승을 기록했다. 가계대출과 부동산가격이 동시에 ‘위험 수위’를 치닫고 고공비행하고 있는 모양 세다.
부동산 경기 회복 조짐, 금리 인하 기대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지만 대출 증가 속도가 너무 가팔라 걱정이다. 게다가 큰 빚을 내 부동산과 주식에 투자하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과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약 3년 만에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여주고 있어 심히 우려가 크다. 4개월 연속 가파르게 증가한 가계대출에서 읽듯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려 부동산·주식을 사들이는 ‘레버리지(Leverage │ 차입) 투자’ 열풍을 극명하게 잘 보여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7월 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 대비 0.2% 올라 2021년 9월 셋째 주(0.2%) 이후 2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나타냈다. 올해 들어 감소세를 이어가던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지난 4월부터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월별 증가액은 4월 4조 4,346억 원, 5월 5조 2,278억 원, 6월 5조 3,415억 원으로 고공비행 중이다. 부동산 ‘영끌’ 바람이 불었던 2021년 7월 6조 2,000억 원 이후 2년 11개월 만에 최대폭 증가를 기록했는데, 이달 들어 가파른 기세는 더욱 커지고 있다. 대출 종류별로 나눠서 보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은 552조 9,913억 원으로 전월 말 대비 8,387억 원이나 늘어났다. 서울을 중심으로 다시 집값이 오르고 거래가 늘어나자 주택 매수 심리가 강해지고 이에 따른 대출 수요도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정부가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실행을 올해 9월로 연기한 것 역시 대출자들이 ‘영끌’ 계획을 앞당기도록 부추겼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도 주목을 받는 건 올 6월까지 감소 추세를 보이던 시중은행 신용대출마저 올 7월 1~4일 불과 4영업일 만에 1조 879억 원 증가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최근 증시 활황과 함께 꿈틀대기 시작한 ‘빚투’가 주된 배경으로 지목된다. 증권사가 개인투자자에게 주식 매수 자금을 빌려주는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5월 평균 19조 4,387억 원에서 이달 4일 기준 20조 234억 원으로 5,847억 원 뛰었듯, 은행 신용대출도 같은 이유로 늘어났을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은행들이 가산 금리를 올리며 대출 수요 억제에 나섰지만, 대출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시장금리의 하락 추세가 완연해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기준금리 인하 기대 유입으로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 금리가 0.058%포인트 추가 하락했다. 자산시장의 열기가 식지 않는 한 가계대출 증가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렇듯 가계 부채에 고삐가 풀린 것은 오락가락·갈팡질팡하는 정부 정책을 빼고는 달리 설명할 수 없다.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착륙을 막겠다며 관련 규제 완화와 함께 저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연 30조~40조 원 공급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젊은 층을 중심으로 무리한 ‘빚투’로 가계 부채 증가세가 심상치 않자,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2단계 시행을 불과 6일도 안 남은 지난 6월 25일 돌연 시행을 당초 7월 1일에서 9월 1일로 2개월 연기했다. 그 직후 이번엔 은행을 상대로 주담대 가산 금리 상향을 압박하며 냉탕 온탕을 오락가락 갈지자 행보를 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