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韓 겨냥 "할 말, 안 할 말 구분 못 해"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는 17일 나경원 후보를 겨냥해 "본인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사건 공소 취소를 부탁한 적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한 후보가 법무부 장관이었을 당시 나 후보가 형사사건에 대한 선처를 요청한, 사실상의 청탁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나 후보는 "
한 후보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진행된 전당대회 4차 방송토론에서 "나 후보가 (법무부 장관 시절) 저에게 본인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를 취소해 달라고 부탁하신 적이 있지 않나"라며 "저는 거기에 대해 '그럴 수 없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한 후보의 발언은 나 후보가 한 후보의 법무부 장관 시절, 검찰이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건', '서해 공무원 피습 사건' 등 민주당 관련 수사가 미진했다고 지적하자 이를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한 후보는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개입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 후보의 발언에 나 후보는 "그거는 구체적 사건이 아니다"라며 반박했다. 이에 한 후보는 "본인 사건이다"라고 나 후보를 몰아세웠다. 그러자 나 후보는 "그것은 저의 유무죄에 관한 것이 아니라 헌법과 법치를 바로 세우느냐의 문제"라며 "저의 유불리는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나 후보는 토론 직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자신을 둘러싼 '청탁 의혹'을 적극 해명하는 한편, 한 후보의 '말'이 보수 진영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 후보가 입을 열면 우리 당을 위험에 빠뜨리는 폭탄과 같은 말들이 쏟아져 나온다"며 "해야 할 말, 하지 말아야 할 말 구분 못하고 심지어 아주 악의적으로 왜곡까지 해서 보수 진영 전체를 낭떠러지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 후보는 "패스트트랙 공소문제는 대한민국 법치주의와 사법정의를 바로 세우는 차원에서, 그리고 정치의 사법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차원에서 했던 충언이었다"며 "그런데 한 후보는 이마저도, 자기 정치 욕심을 위해 교묘하게 비틀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 후보는 이날 경기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전당대회 서울·인천·경기·강원 합동연설회에서도 "(한 후보가) 여당의 법무부 장관이라면 당연히 연동형 비례대표제 무력화, 공수처의 무력화를 이유로 공소 취소 했어야 할 사안"이라고 항변했다. 이어 "그런데 공소취소는커녕 헌정질서를 바로잡아달라는 제 말씀을 공소 취소 부탁이라고 얘기한다"며 "(한 후보가) 우리 당대표 후보가 맞나. 보수우파의 후보가 맞느냐"고 지적했다.
나 후보는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였던 지난 2019년 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과 공직선거법 등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자 빠루(쇠 지렛대)를 들고 저지 투쟁을 벌였다. 나 후보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 14명이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으나 아직 1심 선고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