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미현 기자 | ‘SM엔터 시세조종’ 혐의를 받는 카카오 창업주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결국 구속됐다. 김범수 위원장의 공백으로 카카오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무엇보다 미래 먹거리로 추진하는 AI사업이 동력을 잃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서울남부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 위원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23일 새벽 "증거인멸과 도주의 염려가 있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위원장은 22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진행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온 뒤 서울 남부구치소로 이동해 자정 넘어서까지 구속 여부를 기다렸다.
김 위원장은 올해 초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 당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SM엔터 주식 시세를 조정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카카오가 약 2400억원을 투입해 SM엔터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는 등의 방법으로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설정 및 고정했다고 봤다. 하이브의 SM엔터 주식 공개매수 마감일이던 지난 2월 28일 SM 엔터 주가는 공개매수가보다 높은 12만7600원으로 마감했다. 하이브는 SM엔터 인수를 포기했다.
수사는 지난해 10월과 11월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이 김 위원장 등 카카오 경영진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기면서 본격화했다. 이후 검찰은 경기 성남시에 있는 카카오 판교아지트 소재 카카오그룹 일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고, 8개월 만인 지난 9일 김 위원장을 비공개로 소환한 뒤 17일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앞서 같은 혐의를 받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는 작년 11월 구속기소됐다가 지난 3월 보석으로 풀려나 재판받고 있다. 카카오 측과 공모한 혐의로 지난 4월 구속기소된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지모씨도 보석으로 석방됐다.
업계는 김 위원장의 구속으로 카카오의 향후 사업 진행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한다. 김 위원장이 경영쇄신 전면에 나서는 동시에 대형 투자와 인수합병 추진 등 카카오의 굵직한 의사결정을 내려왔기 때문이다.
경영 일선에 물러났던 김 위원장이 복귀한 시점은 지난해 11월로, SM엔터 시세조종 의혹이 제기됐을 때다. 그는 카카오의 위기 극복을 위한 경영쇄신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위원장을 맡았다. 올해 1월 일종의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를 출범했고, 주요 경영진을 교체하며 내부 쇄신에 집중했다.
AI 사업 추진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카카오는 ‘KoGPT(코지피티) 2.0’ 공개가 무산된 이후 올해 하반기에는 카카오만에 특화된 AI 서비스를 공개하기로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변수에 경쟁사와 차별화된 AI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을지 우려가 제기된다.
또 카카오는 인터넷은행 특례법에 따라 인터넷 전문은행 카카오뱅크 1대 주주 지위를 내려놔야 할 수도 있다. 카카오뱅크 1대 주주(지분 27.17%)인 카카오는 동일인 주식 보유 한도 제한 원칙상 은행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수 없지만, 인터넷은행 진흥을 위해 법률상 조건부로 이를 승인받고 있다. 관련 조건 중 하나가 금융 관련 처벌 경력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법원에서 시세 조종 혐의가 유죄로 확정된다면, 카카오는 지분을 10%까지 줄여야 한다. 1대 주주도 한국투자증권으로 넘겨야 한다.
카카오는 김 위원장의 구속으로 경영 공백을 메꿔야할 과제를 안게됐다. 김 위원장 측 변호인단은 "김 위원장은 지난해 SM엔터 지분 매수에 있어 어떠한 불법적 행위도 지시·용인한 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