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순이익 합계 11조1069억원 기록
순이자마진 감소에도 대출 늘리며 성장
이자이익 2분기에만 12조원 달해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국내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올해 상반기 순이익 11조원을 넘기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그룹별로 ‘어닝 서프라이즈’를 보인 데는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배상 리스크를 털어버린 데다 고금리 상황 속 가계와 기업 대출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나며 이자이익이 증가한 것이 배경이 됐다. 시장 금리 하락으로 순이자마진(NIM)은 낮아졌지만 대출 자산 총액이 커지면서 이자 이익이 늘어난 덕분이기도 하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의 올해 2분기 순이익은 6조2266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5조396억원과 비교하면 23.6% 늘어난 수치다. 상반기 기준 합계 순이익은 11조1069억원으로, 기존 최대였던 지난해 상반기(10조8882억원)를 2% 상회했다.
분기 최고 기록을 쓴 곳은 KB, 신한, 농협 3곳이다. 지난 2분기 KB금융의 순이익은 1조7324억원, 신한금융은 1조4255억원, 농협금융은 1조1026억원이다. 하나금융은 1조347억원, 우리금융은 9314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대출 규모 확대로 늘어난 은행들의 이자 이익이 최고 실적을 이끌었다. 5대 금융그룹의 이자 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24조536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25조1144억원으로 4.4% 늘었다. 2분기 이자 이익은 KB금융이 3조2062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금융이 2조8218억원, 우리금융이 2조1970억원, 하나금융이 2조1610억원, 농협금융이 2조1375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은행들이 홍콩H지수 ELS 배당을 위해 쌓아뒀던 충당부채 중 총 2657억원이 홍콩 증시 반등으로 이익으로 계상된 영향도 있었다.
금융그룹들은 실적에 부합하듯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도 공시했다. KB금융은 2분기 배당금을 주당 791원으로 결의하고 4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 소각하겠다고 발표했다. 신한금융은 해마다 배당 규모를 늘리고 자사주 5000만주를 소각해 2027년까지 주주환원율을 50%까지 높일 방침이다. 우리금융은 2분기 주당 180원을 배당하고 총주주환원율 50%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분기 배당액을 주당 600원으로 결의한 하나금융은 하반기에 밸류업 계획을 공시할 계획이다.
예대금리차(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에 따른 대출 마진이 커지면서 현재 추세라면 하반기에도 금융그룹의 호실적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금리 하락으로 대출 자금 조달 비용은 낮아지지만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조절하라는 금융당국의 입김 때문에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계속해서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늘어난 대출만큼 부실 위험 지표도 동시에 커졌다는 점이다. 5대 금융그룹의 지난 2분기 기준 고정이하여신은 약 12조3930억 원으로 총여신(2002조4354억 원) 대비 0.62%를 기록, 지난 2019년 1분기(0.63%) 이후 가장 높았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성 평가 기준에 따른 재평가, 책임준공형 관리형(책준형) 사업장 재분류 등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