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최재원 기자 | 최근 들어 은행권에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세가 꺾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대출도 증가세에 놓였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557조4116억원(지난 25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552조1526억원을 기록했던 주담대 잔액이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5조2600억원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5조원대 주담대 증가 규모는 지난 5월 이후 3개월째다. 주담대 잔액은 상반기에만 22조2604억원 늘어났으며, 지난 4월 4조3433억원, 5월 5조3157억원, 6월 5조8467억원으로 올해 들어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 가계대출과 주담대 증가폭은 지난 2021년 7월 이후 35개월 만에 최대치였던 6월 증가폭과 유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주담대의 증가세는 이른바 ‘패닉바잉’ 때문으로 해석된다. 스트레스 DSR 시행을 앞두고 한도가 축소되기 전 ‘막차’를 타려는 수요도 한꺼번에 몰린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아울러 서울을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세에 따른 대출 수요까지 더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 사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서울 주택시장에 퍼지면서 패닉바잉을 불러오고 있다. 마치 지난 2020년 집값이 폭등했던 당시를 보는 것 같다. 집값이 고공행진 했던 이유 역시 패닉바잉이었다. ‘지금이 아니면 어려울 것이다’라는 불안감이 매수를 부추긴 것이다. 최근에도 집값은 다시 오름세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이 6주, 서울은 18주 연속 상승했다. 서울은 상승폭을 확대하며 70개월 1주 만에 가장 강한 오름세를 보였다.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압박에 잇달아 금리를 인상하고 나섰다. 하나은행이 이달 초 주담대 금리를 0.2%포인트(P) 상향했고, 우리은행과 농협은행도 지난 24일 0.2%P 인상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지난 29일부터 0.2%P 추가로 올렸다. 그럼에도 증가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오는 9월에 스트레스 DSR 2단계를 반드시 시행하겠다고 밝힌 만큼 그 전까지 막판 대출 수요가 몰릴 것이란 우려도 흘러나온다. 패닉바잉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빚투(빚으로 투자)’을 불러온다. 이는 곧 ‘하우스 푸어(주택을 보유했지만 고액의 대출금으로 생활고를 겪는 사람)’을 양산한다. 이제는 금리만으로 가계대출 상승세를 잡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민들의 불안감을 종식시킬 대책이 필요한 때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