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최재원 기자 | 금융노조가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소비자 보호 요구를 무시해 왔다며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하며 해당 법령의 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30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공동성명서를 통해 “티몬‧위메프의 정산중단 사태는 금융당국의 직무유기로 인한 예고된 금융참사”라고 지탄했다. 신용카드사 등 금융기관이 여신전문업법 규제를 받는 것에 반해 티몬·위메프 등 전자금융업자에 대해서는 사실상 규제 공백을 방치하며 특혜를 줬다는 것이다.
노조는 “신용카드사 등 금융기관이 여신전문업법 규제와 당국의 수수료 개입 등 이중적 통제를 받으며 금융소비자보호에 최적화된 규제를 받는 것과 달리 금융위가 내놓은 전자금융업법 개정안은 전자금융업자에 대해 사실상 규제 공백을 방치함으로서 특혜를 보장하는 법적 수단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동안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과정에서 노동단체와 학계, 시민사회의 소비자 보호 요구를 무시하다 이제 와서 ‘감독규정이 없다’며 오리발을 내미는 작태는 국민을 우롱하고 기만하는 것”이라며 “고통분담 운운하며 PG‧카드사 등 애꿎은 금융기관에 책임 떠넘기기 하지 말고 전자금융거래법개정 등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즉각적 법제도 개선작업에 나서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관해 노조는 시민단체, 진보적 금융경제학자들이 이미 2020년 초부터 전자금융거래 분야의 대규모 소비자 피해 사태를 경고하며 대책 마련을 요구해왔지만, 금융위원회의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은 이커머스 산업 육성과 규제 완화에만 치중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금융소비자 보호와 관련된 감독규정은 뒷전으로 미룬 것”이라고 평가했다.
노조는 “지난 2021년 8월 서비스를 기습 중단해 대규모 환불 대란을 일으킨 머지포인트 사태 이후 일부가 입법으로 반영됐지만, 규제 수준은 턱없이 부족했고 뒤늦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금융위에 “소비자 피해를 넘어 소상공인 위기와 내수위기 우려를 낳고 있는 이번 사태의 본질이 이커머스에 대한 규제공백을 방치하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외면한 결과임을 인정하라”며 “소비자보호를 위한 감독규정 강화를 외면해 온 것을 사죄하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번 사태가 회생절차를 거치며 2차‧3차 피해로 확산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진상규명과 피해방지가 이뤄질 것을 요구하지만 규제공백을 방치하며 직무를 유기한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와 금융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면피하려는 작태는 결코 간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22대 국회가 추가적인 금융참사를 막을 수 있도록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에 입각한 전자금융거래법 등 관련법령의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