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전망도 우왕좌왕..."경제지표 부진시 투심 악화"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올해 하반기 코스피가 3000선을 넘어 3200선에 도달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줄줄이 내놨던 증권사들이 낙관론을 거두고 신중론을 다시 꺼내드는 분위기다.
실제 '삼천피'를 언급해 온 증권사 하반기 전망 보고서가 무색하게 이달 코스피지수는 장 중 2700선까지 밀렸다. 지수는 장 중 2896선까지 오르다 2900선 코앞에서 미끄러진 뒤 2800선도 회복하기 어려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8월 코스피 등락범위(밴드)를 2600~2930으로 제시했다. 대신증권 2680~2930, 상상인증권 2600~2850, 신한투자증권 2650~2850, NH투자증권 2680~2880 등이다.
아직 하반기가 끝나기까지 4개월가량 남았지만 코스피 조정 폭이 예상보다 깊다는 점은 증권가의 장밋빛 전망에 대한 의구심을 키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은 한 달 전에도 이미 나오고 있었던 만큼 '트럼프 트레이드'라는 변수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앞서 증권사들은 하반기 반도체 업종이 지수 상승을 이끌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과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무역 제재 강화로 인해 가장 타격이 큰 업종도 반도체로 꼽힌다.
NH투자증권은 8월 증시 전망에서 "트럼프 탠트럼(발작)이 앞당겨진 가운데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로 한국의 중국향 반도체 수출이 상실된다면 일평균 수출액 고점은 이미 6월에 달성한 것"이라며 "코스피의 상승세는 끝났을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미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커지고 있지만 이미 시장에는 선반영돼 왔다. 3200선까지 오르기 위해서 코스피는 15% 넘게 상승해야 한다.
서머랠리를 기대했던 코스피 시장에 대한 증권가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며 상승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한편, 미국 대선에 대한 불확실성과 인공지능(AI) 관련 투심 약화 등에 월말까지 추세적 상승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분석도 제기되면서다.
8월 전망을 두고도 증권사들은 상반되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용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8월이 국내외 경기·실적 펀더멘털(기초여건) 관련 호재 공백 구간 진입으로 관련 파장을 상쇄할 완충 기제가 마땅치 않다는 사실"이라며 차익실현 압력과 경계감이 가중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8월 미국 투자심리 과열 해소·완화는 국내 증시 수급 환경 최정점에 자리한 외국인의 코스피200 선물 수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높다"며 "9월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까지 중립 이하의 외국인·기관 현·선물 수급 대응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7월말∼8월초 일본은행(BOJ),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와 본격적인 실적 시즌을 지나며 코스피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 나스닥의 반전 분위기를 예상한다"며 "코스피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면서 2900선 돌파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에서는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도 사그라질 수 있다는 부정적 견해도 있다. 현재 물가 지수 둔화가 긍정적으로 해석되고 있지만, 경제 지표가 과도하게 악화할 경우 시장에서 경기 침체라는 악재로 인식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나마 월말 들어 코스피가 다시 반등 움직임을 나타낸 것은 미국 6월 개인소비지출(PCE) 지표가 기대치에 부합하면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부터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6월 PCE 가격지수는 전년 대비 2.5% 상승했는데, 이는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며 기준금리 인하에 힘을 싣고 있다.
오는 8월에도 이 같은 기대감이 지속하며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이달 말에 열리는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물가 둔화에 따른 진전된 통화정책 방향을 언급할 경우 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 인하 기대는 8월1일(한국시간)에 열리는 FOMC를 통해 다시금 시장에 우호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라며 “연준은 9월 금리 인하 가시성을 높여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여전히 8월 말까지 코스피가 추세적인 상승을 이어가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부정적인 목소리도 크다. 물가 지표 둔화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확대하면 경기 침체 우려가 부각하면서 투자심리를 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용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경기 둔화보다 냉각에 가까운 실물경기 지표 연쇄 부진이 나타날 경우 연착륙에서 경착륙으로서의 급변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