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김승현 기자 | 우리나라 동해 연안에서 잇따르는 해파리 출몰로 휴가철 피서객은 물론 어민과 상인들의 한숨도 커지고 있다.
8일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제주와 남해 연안에 출몰한 노무라입깃해파리 평균 개체 수는 지난해 1ha(헥타르, 1만㎡)당 0.3에서 올해 108로 급증했다.
우리나라 연안에 해파리가 증가한 원인은 △서식처 증가 △풍부한 먹이 △포식자 감소가 꼽힌다. 지난 5월 남부 해역 집중호우로 인해 중국 양쯔강 일대 영양물질이 동중국해로 떠내려오자 해파리 먹이 조건이 좋아졌다는 분석이다.
해파리 먹이는 늘었지만, 이들을 처리할 천적은 줄었다. 해파리 독에 내성을 지닌 쥐치는 대표적인 천적이다. 실제 지난 2022년 부산시는 해수욕장 골칫거리인 해파리를 퇴치하고자 해운대 앞바다에 말쥐치 5만 마리를 방류하기도 했으나 현재는 남획으로 그 수가 크게 줄었다.
해파리를 주식으로 삼는 거북이도 줄었다. 지난 4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진이 죽은 바다거북 뱃속을 확인한 결과 해파리와 비슷한 플라스틱과 비닐 조각이 가득했다. 쓰레기를 해파리로 착각해 먹는 경우가 늘자 아무런 영양가 없이 소화가 되지 않는 쓰레기를 품은 채 죽어가는 거북이 수가 늘어난 것이다.
바다에 쓰레기나 부표를 포함한 인공구조물이 많아져 어린 해파리인 폴립이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고 지구 온난화로 수온이 높아진 점도 개체 수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해파리가 늘자 휴가철 성수기를 맞은 해수욕장 상인들은 추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해수욕장에 1m가 넘는 해파리가 파도를 따라 유영하자 물놀이 자체를 포기하는 피서객들이 늘었고, 이 소식을 듣고 방문객 자체가 줄어든 것이다. 경북 한 해수욕장 관계자는 “올해만 해파리 쏘임 신고가 몇백건에 달하고 눈앞에 해파리가 떠다니는데 누가 바다를 찾겠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초까지 33만4000명이 찾았던 경북 해수욕장의 올해 방문자 수는 28만4000명에 그치고 있다.
어업인 피해도 심각하다. 경북 수산업계에 따르면 해파리 유입 시기는 평균 8월에서, 올해는 7월로 앞당겨졌다. 조업 시 1m가 넘는 해파리가 고기와 함께 딸려오자 그물이 찢어지기도 하고 해파리를 빼내는 과정에서 어부가 다치는 일도 부지기수다.
전국 어업인모니터링 요원 269명이 관찰한 해파리 수를 백분율 값으로 표현한 ‘출연율’ 수치를 살펴보면, 지난 7월 18일 36.3%에 그쳤으나 25일 43.1%로 상승했다. 지난 1일에는 53.2%로 50%대를 돌파했다.
포항시에 따르면 삼치나 전갱이를 잡기 위해 친 그물망에는 해파리가 가득하고 이는 대부분 노무라입깃해파리다. 해파리가 그물에 잡힌 물고기를 촉수로 쏘면 상품 가치가 없어지거나 금방 상하게 된다.
어업인 피해가 이어지자 포항시는 해파리를 1kg당 300원에 사들여 절단한 뒤 이를 다시 바다에 투하하는 사업을 펼쳤지만, 해파리 수가 너무 많아 한 달도 안 돼 사업비를 모두 소진했다.
포항시가 확보한 국비는 1억7000만원 수준이다. 15일 만에 25톤 덤프트럭 23대 분량에 달하는 570톤의 노무라입깃해파리가 잡혀 예산이 소진된 것이다. 수매사업 중단에 면적 10ha가 넘는 해상 정치망 어장 28곳과 면적 2~3ha 구획어업 12곳 등 40곳이 해파리 공격을 받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바다 전역이 해파리로 뒤덮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태풍 등 재난에 사용하는 예비비 2억원을 확보해 다시 수매사업을 준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수산업경영인 관계자는 “지구 온난화로 해양온도가 상승하자 해파리 출몰 시기가 8월에서 7월로 앞당겨졌고 해수욕장과 연안에서 발견되는 빈도도 늘었다”며 “피서객은 안전사고에 노출돼 있고, 어업인과 상인의 경제적 피해가 큰 상황에서 정부는 주요 방지막을 추가로 설치하고 지자체별 퇴치작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관계자는 “민관은 해역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해수욕장에 유입 방지막을 설치하는 등 사전 예방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해파리 퇴치 관련 예산을 늘려 대량의 해파리가 동시에 출몰할 경우 유기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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