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4년7개월來 최대폭 상승
5대 은행 가계대출 14일만에 4.2조↑
22일 금통위, 기준금리 동결 전망 우세
연준 9월 인하 뒤 한은 정책 피벗 유력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한국은행이 오는 22일 기준금리를 다시 3.50%로 동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금리인하가 임박했다는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부동산과 가계빚이 들썩거리고 있다는 점이 불안 요소다.
전문가들은 부동산과 가계대출 불안 등이 금리 인하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한은이 빨라야 10월이나 11월에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22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이번에도 기준금리를 현 3.50%에서 동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이번에도 금리를 동결하게 된다면 지난해 2월 이후 13차례, 한은 설립 이래 최장 기록이다.
정부와 여당 일각에서 끊임없이 고금리 여파에 따른 내수 부진의 해법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거론하고 있지만 한은이 이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은 부동산과 가계대출 등 금융 불균형 문제가 최근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라증권 박정우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 시장이 불안하기 때문에 금리를 한은이 섣불리 인하하기 힘들 것”이라며 “현재 금리 인하에 따른 집값 상승 등 부정적 효과가 소비 회복 등 긍정적 효과보다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서울 주택(아파트·연립·단독주택) 매매가격지수는 6월보다 0.76% 올랐다. 2019년 12월(0.86%) 이후 4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7월 이후 은행들이 여러 차례에 걸쳐 대출 금리를 인위적으로 올려왔지만, 가계대출 증가세도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만 이달 들어 14일까지 가계대출은 4조 1795억 원이나 더 불었다.
한은의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12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직후 “(통화정책 방향 전환 상황은 조성됐지만) 외환시장, 수도권 부동산, 가계부채 등 앞에서 달려오는 위협 요인이 많아 언제 전환할지는 불확실하고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물가가 점차 안정되고는 있지만 기준금리를 낮출 만큼 2% 안착을 확신할 단계는 아니라는 분석도 기준금리 동결에 무게를 싣는다.
이에 전문가들은 대체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시장의 기대대로 9월 인하를 시작하면 한은은 10월에나 이른바 피벗에 나설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봤다.
채권 전문가 대다수도 이번 한은이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3.5%로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투자협회가 이달 9∼14일 62개 기관의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의 설문 응답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0%는 8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이는 지난달 동결 전망 응답보다 9%포인트가 하락한 결과다.
금투협은 "9월 미국 기준금리 인하 전망이 우세한 상황에 국내 내수 부진 우려가 더해져 8월 금통위의 기준금리 하락에 대한 예상이 전월 대비 증가했다"면서도 "가계부채 및 부동산 리스크 우려 등으로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하는 응답자가 여전히 우세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의 9월 금리 인하 확률을 거의 100%로 본다”며 “미국이 낮추면 한은은 올해 10월 또는 11월 한 차례 0.25%P 내리는 것으로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경제인협회 이상호 경제산업본부장도 “한은은 미국의 9월 인하를 확인한 뒤 10월에나 낮출 것 같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