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포트폴리오 경쟁력 강화
"주주친화 정책 적극 검토할 것"
매일일보 = 최은서 기자 |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으로 SK그룹에서 자산 100조원의 초대형 에너지기업이 탄생한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안이 주주총회 문턱을 넘으면서 SK그룹의 리밸런싱(사업 재편)도 탄력받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은 현금 창출력이 높은 SK E&S와의 합병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미래 에너지 사업 경쟁력도 강화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27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SK E&S와의 합병계약 체결 승인 안건이 찬성률 85.75%로 통과됐다고 밝혔다. 지분율 6.2%로 SK이노베이션 2대주주인 국민연금이 합병에 반대표를 던졌지만 결과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SK E&S도 이날 주주총회를 열어 합병 계약을 승인했다.
앞서 지난 7월 양사는 급변하는 외부 경영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미래 에너지 사업분야에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합병을 의결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적자 지속으로 가중된 재무 부담을 완화시키고 사업 시너지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SK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부진) 이라는 고비만 넘으면 SK온이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합병 법인은 오는 11월 1일 공식 출범하게 된다. 양사가 1999년 분리된 이후 25년만의 재결합이다. 합병 법인은 매출 88조원과 자산 100조원 규모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최대 규모의 민간에너지 기업으로 거듭난다.. 국영 에너지기업까지 포함하면 아태지역 9위다.
이 같은 외형적 성장 외에도 포트폴리오 경쟁력과 재무·손익구조 강화, 성장 모멘텀 확보 등에서 시너지를 낼 전망이다. 향후 석유·화학, 액화천연가스(LNG), 도시가스, 전력, 재생에너지,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소, 소형모듈원자로(SMR), 암모니아, 액침냉각 등에 이르기까지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구축, 경쟁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요구에 대응한 에너지 솔루션 패키지 제공 회사로 성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합병법인은 '한 지붕 두 가족' 형태인 사내독립법인(CIC) 체제로 운영된다. SK E&S의 보유 역량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조직과 사업을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아울러 양사는 '통합 시너지 태스크포스(TF)'도 꾸렸다. 오는 11월까지 합병 시너지를 구체화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SK이노베이션은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만 2030년 기준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2조2000억원 이상을 예상하고 있다. 전체 EBITDA는 20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안이 주총을 통과하면서, SK그룹이 사업 경쟁력 강화와 재무 개선을 위해 추진 중인 계열사 및 자회사의 '합종연횡'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사실상 SK그룹 리밸런싱의 첫 단추여서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합병을 두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혁신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은 "회사의 장기적인 안정과 성장의 토대가 될 이번 합병이 순조롭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할 예정"이라며 "더불어 합병 완료 이후 다양한 주주친화 정책을 적극 검토해 실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