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도덕성 외면, ‘반기업정서’ 부풀려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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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도덕성 외면, ‘반기업정서’ 부풀려 왜곡”
  • 권민경 기자
  • 승인 2005.10.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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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덕한 기업 옹호?...정부 비난, 전경론 해체론 대두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최근 금융산업구조개선법(금산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과 관련, 소급 입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경련은 ‘금산법 개정을 통한 기존 주식에 대한 처분 강제, 무엇이 문제인갗 라는 보고서를 내고 “금산법 제정 이전부터 소유하고 있던 주식의 경우, 이 법 부칙에서 이미 승인 받은 것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처분명령권 적용은 소급입법을 금지하는 헌법에 위배되며, 법적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 고 지적했다.

▲ 전경련 월례 회장단 회의
한동안 삼성을 비롯한 재계의 문제에 적극적 옹호를 자제해 왔기에 이번 입장 표명은 더욱 눈길을 끈다.

전경련의 이런 행보는 최근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는 이른바 ‘반기업 정서’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다. 재계는 한결같은 목소리로 정부의 기업때리기를 비난하고 ‘이래 갖고 국내에서 기업하겠느냐’며 불만을 터뜨린다. 반기업 정서가 생겨나는 원인 또한 단지 정부와 국민의 잘못에서 찾는다. 하지만 국내기업들이 한가지 간과하는 것이 있다. ‘비윤리, 비도덕 그리고 불법을 자행하는 기업에 반(反 )하는 정서가 국민들 사이에 더욱 광범위하게 퍼져있다는 사실이다. 즉, 반기업정서는 재벌들이 자신들의 부도덕성을 감추기 위해 부풀리고 있는 허상일 뿐이다. 전경련은 정기국회 법안심사 시기에 맞춰 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어 입법시 보완이 필요한 법안에 대해 설명회, 간담회 등을 통해 법안 심사시 기업의 의견을 적극 반영시킨다는 방침을 지난 18일 밝혔다. 먼저 증권관련집단소송제 시행과 관련한 제도 보완을 촉구하고 나섰다. 또 소비자집단소송 또는 단체소송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소비자보호법 개정안과 관련해서도 소송남발의 폐해와 기업 활동 위축이라는 부작용이 예상된다며 이에 대한 의견을 공동으로 낸다는 방침이다.

이외에도 3자 개입 완전보장을 내용으로 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과 동일노동 동일임금 지급 및 근로기준법의 모든 사업으로의 확대 등을 내용으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경우 노조의 투쟁성 강화와 사용자의 인사권 침해, 기업부담이 가중 현상 등을 초래할 수 있어 경영환경을 악화시킬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반기업 정서는 이유 없이 대기업을 질투하는 국민 탓?

전경련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입장 표명에 나선 밑바탕에는 최근 한국 사회에 이른바 ‘반기업 정서’가 만연하다는 데 있다. 재계는 한 목소리로 정부가 연이은 기업 때리기를 통해 ‘반기업 정서’를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경련 경제조사본부 이승철 상무는 “한국의 반기업 정서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며 “외국에 나가면 영웅대접을 받는 우리 기업 총수들이 한국에만 오면 죄인 취급을 받는다” 고 말했다. 이 상무는 한국 사회의 반기업 정서가 생겨나는 가장 큰 원인을 ‘사촌이 땅 사면 배 아파한다’는 단적인 말로 표현했다. 그에 따르면 우리 국민은 거대기업에 대해 기본적으로 질투와 질시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법과 제도의 불분명’을 두 번째 이유로 들었다. 즉 국가에서 정해놓은 틀이라는 것이 언제나 불분명하기 때문에 기업은 어쩔 수 없이 불법과 합법사이를 오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 상무는 똑같은 사안을 가지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적용되는 잣대가 다르다며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문제만 해도 대부분의 기업이 그런 식으로 상속.증여하는 데 유독 삼성만 때리는 것”이라 말했다. “사실 삼성은 법을 위반한 적이 없다” 며 “편법과 불법은 다르지 않는갚 라고 덧붙였다. 이 상무는 “기업의 소유.지배구조, 특히 총수지배형태가 비단 한국에서만 비판의 대상이 된다며 외국의 대기업 역시 마찬가지 형태임에도 꼭 우리나라 특유의 문제인 것 마냥 포장”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두산 비자금 사건과 같이 일부 기업에 도덕적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대다수의 대기업은 지배구조에 있어 문제가 없고, 사회활동 또한 적극적이다” 고 옹호론을 폈다. 한편 반기업 정서가 곧 반기업인 정서는 아니지 않느냐는 지적에 이 상무는 “그거야말로 위험한 논리”라며 “반기업인 정서만 있다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기본원리인 개인의 재산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 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러나 전경련에서 주장하는 국민의 ‘반기업 정서’의 실상은 오히려 재계에 의해 부풀려진 형체다. 그들의 말처럼 한국의 ‘반기업 정서’가 유독 높은 것만도 아니고 그 심리에 이유가 없는 것도 아니다.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 미국에서도 불공정, 독점, 불법, 탈세 등의 기업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시각은 분명히 존재한다. 과거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7대 기업으로 꼽히며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이었던 엔론이 분식회계와 관련해 엄청난 지탄을 받고 끝내 몰락의 길을 걷게 된 것은 그 단적인 예다. 자유 민주주의 시장경제에 있어 가장 기본적 목표는 이윤추구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가 가진 또 하나의 중요한 가치는 정당하고 공정한, 윤리적인 경쟁이다. 지금 우리 국민 누구도 기업 자체를 욕하고, 기업이 아무 문제없이 잘하고 있는데 시비 걸 사람은 없다. 한국 경제에 있어 지금이 중요한 시기라는 데 공감하고 있고 기업의 수출이 한국 경제의 많은 부분을 떠받치고 있음을 또한 알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기업의 불법행위를 눈감아 주는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재계가 주장하는 것처럼 기업과 정치인 간의 모종의 알력관계는 국민이 일일이 알 수도 없고 동정할 수도 없다.세계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는 대기업에 대한 응원과 지지는 국민으로서 당연한 의무다. 그러나 기업 총수를 비롯해 그 일가가 행하는 불법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일 또한 국민의 의무이자 권리이다. 지금 전 세계 기업에서는 '윤리경영‘이 화두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또한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편법으로 재산과 기업을 대물림하고, 비자금을 통해 정경유착의 고리를 이어가고, 탈세와 분식회계로 소액주주인 국민들 가슴을 치는 행위는 근절돼야 한다. 잘못을 저지른 사안에 대해서는 마땅히 벌을 받고 그런 행위를 되풀이 하지 않으면 된다. ‘기업의 기 살리기’는 그 다음의 문제다. 더 이상 기업과 기업총수에게 깨끗하고 투명한 윤리의식과 경영을 요구하는 것이 좌파와 우파라는 어줍 짢은 편가르기나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식으로 매도돼선 안 된다. 그것이야말로 우리 경제의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걸림돌일 것이다. 한편 지난 13일 열렸던 전경련 회장단 월례회의에는 주요4대 그룹 총수가 모두 불참해 전경련 무용론까지 제기됐다. 이에 대해 전경련 관계자는 “주요안건이 있을 때는 총수들이 많이 참석하지만 현재는 그런 사안도 없을뿐더러, 그룹 총수들이 언론에 비치는 것을 꺼려하고 조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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