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노년층의 '디지털 금융 소외'가 최근 인공지능(AI) 붐 탓에 더욱 가속화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디지털 금융 소외란 은행·증권 등 금융 서비스가 스마트폰 앱(응용소프트웨어) 등 디지털 기술 도입으로 급변하면서 노인들이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지체 현상을 뜻한다.
17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자본시장연구원의 정지수 선임 연구원은 최근 '자본시장 포커스' 기고문에서 "노년층 등 디지털 취약 계층의 금융 소외 문제는 세계적 이슈지만, 국내에서는 이에 관한 대응책이 금융앱의 '간편 모드'(쉬운 화면)밖에 없는 데다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이처럼 진단했다.
금융은 금액 등 수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AI와의 궁합이 특히 좋은 산업으로 꼽힌다. 국내 금융사들은 'AI 전환'을 주목표로 삼아 증시 차트의 자동 해석이나 음성 검색 등의 AI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이런 서비스는 편의성이 뛰어난 만큼 디지털 취약 계층에 대한 장벽이 높고, AI 유행을 악용한 신종 금융 사기를 촉발한다는 부작용이 있다.
최신 AI의 대명사인 미국 오픈AI사의 '챗GPT' 명칭을 도용해 '챗GPT가 알려주는 재테크 정보'라며 엉터리 투자를 권하는 '리딩' 사기가 대표적 예다.
정 연구원은 "한국은 국제적 관점에서 신기술 활용 면에서 우수한 나라로 평가되나, 소외 계층의 디지털 활용 역량이나 문제 해결 능력 등이 매우 부족하다"며 "이들을 노린 신종 금융 사기 및 피해 사례가 늘어나 우려스럽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금융당국이 (금융사의) 기술 투자를 격려하면서도 이런 취약 계층을 먼저 지원하는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에서 디지털 금융 소외에 대한 유일 대책으로 추진되는 금융 앱의 간편 모드와 관련해 정 연구원은 일반 모드와 별 차이가 없는 데다 회사별로 화면 구성이 달라 오히려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간편 모드는 작년 6월 국내 18개 은행이 출시를 완료했고, 내년 카드·증권·보험사까지 확대될 계획이다.
디지털 금융 소외는 현재 세계 각국이 다들 주목하는 문제다. 정 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영국·스웨덴 등은 노령층이 최신 금융 서비스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잇따르자 현금 취급 의무화, 기술 교육, 신종 금융착취에 대한 예방 조처 같은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