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시장논리 자충수 작용…“자발적 협상 나서야”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정부가 공사비 안정화를 목표로 시멘트 수입을 추진하는 가운데, 찬반여론이 대립하고 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산 시멘트 수입을 두고 신경전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그간 오를대로 오른 시멘트 가격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수입을 선택했고, 국내 업체들은 이를 반대하고 있다. 건설업계 및 레미콘업계에서도 정부의 선택에 확신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번 정책은 보여주기에 그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는 2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건설공사비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건자재 가격 안정화를 목표로 중국산 시멘트를 수입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각 업종의 협회가 모여 자율적으로 가격을 조정하는 협의체도 구성한다. 협의체에는 관계 부처와 공익위원이 참여한다.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지역 전쟁 여파로 건설공사비 지수는 2020년 100에서 2023년 127.90으로 3년간 27.9% 올랐다. 공사비는 올해 들어 7월까지 1.6% 오르며 상승세가 주춤했다. 6∼7월 지수는 전월보다 하락했지만, 장기 추세선과 비교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시멘트는 주연료(유연탄) 가격이 떨어졌음에 불구하고, 계속 올라 건설 및 레미콘업계와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 2022년 하반기 유연탄 가격은 t당 444.53달러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작년 3월 195.90달러, 지난 6월에는 100달러 선이 무너졌다. 9월 4주 기준 유연탄의 가격은 144.10달러로 6월보다는 오른 상황이다.
해당 기간 동안 시멘트 가격은 급상승했다. 2021년 시멘트 가격은 t당 7만8800원이었다. 작년 말 기준 시멘트 7개사 평균 가격은 t당 11만2000원으로 3년간 42%나 상승했다. 현재 유연탄 가격이 고점보다 낮지만, 판매가격에 변동은 없다.
폐기물 소각 부문에서 시장논리에 입각해야 한다는 시멘트업계의 주장은 자충수로 작용한다. 건설업계가 시멘트 수입을 추진하는 사례도 시장논리에 입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폐기물 소각 측면에서 시장논리를 외치던 시멘트업계는 현재 국가기간산업의 붕괴라며, 이중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면서 “시장논리에 따라 건설업계도 시멘트 수입을 찬성하는데, 이를 반대할 명분이 있는가”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재고가 쌓여 영업에 차질이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재고가 쌓여도 업체들의 실적은 개선됐다. 실제 주요 업체들의 영업이익은 폭증했다. 이중 쌍용C&E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308억원에서 777억원으로 152.2%나 늘었다. 한일시멘트를 비롯한 주요 업체들의 실적도 상승한 바 있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산 시멘트 수입 이후 발생 가능한 안전성 문제다. 정부는 수입 단계에서 검증을 강화한다고 밝혔지만, 현재 중국 내에서 남은 재고가 국내로 유입돼 양생과정에서 잘 굳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시멘트 양생이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예상이다.
중소레미콘업계 관계자는 “정부도 시멘트산업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발표는 시멘트업계의 과도한 이익을 챙기는 점을 견제하기 위한 카드로 내세웠을 것”이라며 “이미 경제계 전반에서 부정적인 여론이 조성된 만큼, 자발적으로 통보가 아닌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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