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대형마트의 상황이 말이 아니다. 경기 불황에 따른 소비 심리 악화 및 내수 침체로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엔데믹 전환으로 인한 외부활동 증가로 오프라인 쇼핑 수요를 끌어올리는가 했지만, 핑크빛 전망을 바랬던 것과 달리 미진한 수익을 내면서 답보상태에 빠져있다.
오프라인 쇼핑 채널 가운데에서도 대형마트 입지는 줄어든 지 오래다. 지난 2021년부터 편의점에 추격당해 3위로 떨어지며 체면을 단단히 구겼다. 대형마트의 올 상반기 기준 매출 비중은 11.3%로 편의점과는 5%p 가량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편의점은 대형마트를 제친 것을 넘어 전통 오프라인 강자 백화점을 위협할 정도로 파죽지세 행보를 달리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업 헤게모니를 두고 편의점과 백화점이 치열하게 다투는 상황을 그저 바라만 봐야 하는 대형마트의 처지는 이래저래 안타까운 대목이다.
이번 4분기 소매시장 경기회복이 어렵다는 분석까지 나오면서 대형마트가 따뜻한 연말을 기대하기 힘든 현실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500개 소매유통업체를 대상으로 4분기 소매유통업 경기 전망지수(RBSI)를 조사한 결과, 전망치는 80으로 확인됐다.
RBSI는 1분기 79에서 2분기 85로 소폭 올랐다가 3분기(82)를 기점으로 다시 하락했다. 모든 오프라인 유통 채널 기대감이 낮아진 가운데, 대형마트는 3분기 103에서 4분기 90으로 떨어졌다.
대조적으로 온라인 쇼핑 전망치는 69에서 76으로 올랐다. 실제 온오프라인 업체간 경쟁 격화로 대형마트 업황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공개한 ‘올 8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에 따르면, 업태별 매출 비중은 대형마트(-0.4%p)의 경우 전년 동월에 비해 감소했지만, 온라인 부문(2.1%p)은 성장했다.
대형마트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특화매장 구축, 점포 효율화, 인력 감축 등 특단의 조치를 꺼내들었지만, 반등 여부는 여전히 장담할 수 없는 형국이다. 형편이 이렇다 보니 기댈 곳은 정치권의 책임과 역할밖에 없어 보인다.
특히, 해묵은 사안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이 시급한 실정이다. 대형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골목상권 침해를 막고 소상공인 및 전통시장과의 상생·협력을 위한다는 명목과 달리, 낙수효과가 고르게 퍼지지 않고 10년 넘게 지나오면서 트렌드에 역행하는 법안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소비자 측면에서도 이같은 규제는 반갑지 않다. 올 1월 한국경제인협회가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유통규제 관련 소비자 인식 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76.4%가 대형마트 규제를 폐지·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쌓일대로 쌓인 겹악재 속 대형마트가 재기 발판 마련할 수 있도록 지나친 규제 보다는 건강하고 공정한 제도적 뒷받침이 동반돼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