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최은서 기자 | 경제계가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8개 경제단체와 한국기업법학회가 공동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논란과 주주이익 보호' 세미나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15일 개최했다.
서성호 한국기업법학회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상법이 국가 경제와 기업에게 헌법 역할을 하는 만큼 개정에 신중해야 법적 안정성을 해치지 않으며, 학계가 구축한 이론에도 혼선을 가져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은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할 경우, 해외 행동주의 펀드들의 국내기업에 대한 공격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경영권 방어수단이 사실상 없는 우리 기업들은 무차별적인 행동주의 펀드들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투자자금으로 쓰일 소중한 자금을 소진하게 되고, 대규모 장치산업을 베이스로 한 제조강국인 우리 경제에도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은 "이사에게 책임 회피 성향을 부여하고 기업의 성장, 나아가 국가의 경제발전을 더디게 하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조발제를 맡은 일본 와세다대 로스쿨의 토리야마 쿄이치 교수는 "한국이 이사가 주주에게 직접 의무를 지도록 법률을 개정할 경우 지금까지의 회사법 체계에 반할 뿐만 아니라 회사 채권자 등 다른 이해관계자의 권리까지 침해하게 되므로 이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한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에 계류된 상법 개정안들이 주주 보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봤다. 회사법 위임 체계에도 맞지 않음을 지적하고 별도의 수정안을 제안했다.
박준선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 법체계(대륙법계)와 완전히 다른 영미법계의 법리를 우리 회사법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영기 고려대 금융법센터 교수는 대안으로 일본의 사례를 소개했다. 일본은 도쿄증권거래소 공시규정 강화를 통해 시장의 건전성을 높이고, 실질적인 지배주주가 있는 상장회사에서 대주주와 소수주주 간 이해상충 리스크가 있는 경우 이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 소수주주의 피해를 예방하고 있다.
세미나 토론의 좌장을 맡은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상법에 이미 소수수주 보호 규정들이 구비된 만큼, 법체계를 훼손시키는 무리한 법 개정에 반대하며 현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오히려 이사의 책임을 면제해 줄 '경영판단원칙' 도입"이라고 강조했다.
토론에 참여한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주주에 대한 이사의 선관주의의무는 법 개정 없이 기존 상법 체계 내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으며, 주주 간 이해 상충 사안을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로 해결하려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비판했다.